농협법 개정, ‘신용-경제’ 분리 국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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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개정, ‘신용-경제’ 분리 국회 통과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3.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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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50년 만에 경제사업 중심으로 개편

농협이 설립 반세기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찬성 210표, 반대 13표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뼈대는 신ㆍ경 분리다. 그렇게 해서 농민이 판매를 걱정하지 않도록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고, 신용사업은 신용사업대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와 농협 쪽의 논리였다. 개정안을 보면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조직 아래에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금융지주회사와 농축산물 유통ㆍ판매 사업을 하는 경제지주회사를 내년 3월2일 각각 설립하게 된다.

경제지주회사
농협개혁 ‘첫발’… 농민들 판로 걱정 끝날까
홀대받던 경제사업 자본금 30% 우선 배분

이는 50년 역사의 농협중앙회 개혁의 첫걸음을 뗀 것으로 농협법이 국회에 상정된 후 무려 1년3개월을 끌어오다 막판 여야 합의로 압박을 가해 기획재정부ㆍ농식품부ㆍ농협중앙회가 어렵게 타협안을 마련했다. ‘20년 숙원인 농협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평가와 ‘농민 조합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아직 미흡하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농협은 조합원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팔아주는 본연의 경제사업을 소홀히 한 채, 우선 돈 되는 신용사업에 매달리는 행태를 보였다. 전체 직원의 76%(1만3665명)가 신용부문에서 일하면서, 협동조합인지 은행인지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합원들 또한 수확한 농산물을 조합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 한 푼이라도 더 준다 하면 조합을 팽개치고 중간상인에게 출하해 왔다. 밭떼기 산지수집상이 배추 가격을 주무를 수 있었던 것은 조합은 제구실을 못했고 농민은 조합이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민감한 자본금 배분과 관련하여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중앙회의 자체자본금 12조원 가운데 30%를 경제사업에 배분하기로 했다. 따라서 경제사업의 자본금 규모가 지금의 2715억원에서 4조~5조원으로 20배 이상 확충된다. 또한 추후 자본이 더 필요할 경우 신용사업에 앞서 우선적으로 배분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본계획서를 마련하고, 2012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상임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제지주 설립을 통해 협동조합 소유와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회사 경영의 효율성을 기하는 조직의 틀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 당장은 중앙회의 경제사업과 경제지주로 이원화해 운영하기로 했으나, 규모화와 통합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5년 안에 경제지주회사에 모두 이관하도록 못 박고 그 추진 상황을 농협중앙회장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금융지주에서 경제사업 지원을 위해 건너가는 자금에 대해서는 지금 수준 이상의 부담이 가지 않도록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밖에 농협중앙회가 정부, 농협 관계자, 농업인 단체 대표, 학계 전문가 등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를 구성하고 계획을 수립해 추진토록 했다.

개정안은 특히 경제지주회사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사업은 회원 및 농민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농협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3월, 은행ㆍ보험ㆍ증권ㆍ자산운용사 등을 두루 거느린 대형 금융지주사가 출범한다. 농협금융지주는 농업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인력 충원과 구조개편 등을 통해 시중은행, 보험사와 경쟁 가능한 조직형태를 갖추겠다는 방침이어서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협금융지주가 규모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금융권 지각변동에 촉매 구실을 할지도 주목된다.

신용지주회사
협동조합 정체성 함몰 … 농민, 노조 우려
금융ㆍ보험업계 ‘빅4’… 상호금융 강화해야

농협은행이 은행법을 적용받는다면 농협보험에 대해서는 보험업법을 적용함으로써 일반 보험회사와 경쟁하도록 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농협금융지주회사는 엔에이치(NHㆍ농협)은행을 필두로 보험(생명ㆍ손해), 증권, 시에이(CA)자산운용, 선물, 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카드 부문도 분사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230조원으로 케이비(KB)금융지주(326조원), 우리금융지주(326조원), 신한금융지주(309조원)에 이어 업계 4위에 해당한다.

금융업계에서는 당장 보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공제사업부문에서 본격 보험사로 전환되면 자산 32조원 규모로, 단숨에 삼성생명(135조원) 대한생명(65조원) 교보생명(55조원)에 이어 생명보험업계 ‘빅4’로 올라서게 된다. 특히 공제사업 시절에 받던 상품 판매 관련 일부 특혜도 5년 동안 더 유지할 수 있어, 시장 진입 초기에 유리한 경쟁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기존 보험업계는 ‘특혜’라며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총자산 192조원의 농협은행은 시중 대형은행에 비해 생산성과 수익성 등이 떨어지지만 지주사 설립을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시중은행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농협 내부에서는 금융지주사 설립에 따른 기대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또 농민단체와 농협노조 등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외국투기세력과 금융자본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17년 동안 끌어온 신ㆍ경 분리 논의가 일단락됐지만 농협의 본격적인 개혁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농협중앙회의 상호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지주의 경제사업 지원 역할 등을 안정화하는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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