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장례식장을 찾은 백발이 성성한 한 무리 조문객, 서울에서는 전세버스를 대절하고 인근 광주, 전주에서는 삼삼오오 승용차에 합승해 온 동창생들이다.
지난 10일 별세한 임순례(89ㆍ순창읍 복실) 여사의 장례식 조문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그들은 상주 제성환(64ㆍ서울 강남) 거성그룹 회장의 동기생들.
군내 최초 연합동창회로 자타가 인정하는 순창 동초(현 옥천초) 9회, 순창초 49회 졸업 동창생들의 모임인 ‘949회’는 평소에도 두터운 우정과 단합이 돋보이는 단체다.
더구나 기업가로 향우회장으로 고향 일이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는 제성환 회장의 모친상이라 이날은 더욱 많은 회원들이 참가했다.
2박 3일간 치러진 장례식에서 동창생들은 자신들의 건강보다는 친구들의 안위를 서로 챙겨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에서 달려온 한희순(재경순창군부녀회장)ㆍ김옥선 동창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여성동창을 대표해 고인을 애도했다. 인천에서 부음을 듣고 걸음을 재촉했던 김요중(인천옥인회장)ㆍ권창수 동창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오랜만에 고향 선ㆍ후배들과 담소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광주, 전주에서 찾아온 동창들도 더 멀리서 달려온 동창들과 옛일을 떠올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전세버스를 준비하고 동창들에게 부음을 알린 재경향우회 ‘원로 총무’ 고윤석(재경순총회 명예회장) 동창은 함께 온 동창들을 챙기며 고향 선ㆍ후배를 소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고향에서 활동하는 동기들의 슬픔 또한 남다르지 않았다. 이홍기(재경순창군향우회 명예회장)ㆍ김교근(전 도의원)ㆍ김종수(전 순창읍장)ㆍ김범성(전 재순949회장)ㆍ강성식(새한전자 대표) 등 모두 소개조차 힘든 동창들은 경향 각지에서 달려온 동창들과 문상객을 맞으며 고 인의 명복을 빌었다.
지난 12일 고인이 살아온 곳이자 주검이 묻힐 곳인 읍내 복실마을 공터에 마련된 영안소에서 마지막 고인의 명복을 비는 제례를 올리고 장지까지 동행한 그들의 모습은 숙연하면서도 서로 의지할 친구들이 많음을 의식한 듯 활기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