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정치인과 유력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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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는 정치인과 유력 인사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03.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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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냐는 질문에 알든 모르든 모두 “네”라고 대답한다.’

‘이사람 저사람, 이곳 저곳 모두 내 편 같아 옳은 소리 한번 못하고 웃기만 한다.’

 

우리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처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변사람의 눈치를 보는 경향은 우리 사회의 특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눈치는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눈치가 없으면 사태 파악이 더디고 남의 진심을 잘 이해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피 당하기 일쑤다. 반면 눈치가 빠르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는 속담처럼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의도나 생각 또는 감정까지를 포함한 상대의 본심을 읽기위해 노력한다.

이런 눈치 보기는 일상의 평범한 일부터 사회적인 이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우리들 일상에 스며있다. 우리는 이런 눈치 보기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편법으로 사용되는 일을 수시로 봐왔기 때문이다. 눈치가 본질적으로 ‘불건전한 것이 아니다’ 할지라도 그 도가 지나치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방이 내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눈치를 본다. 특히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물질적인 이익에 이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탁이나 요구하는 상대방이 힘 있는 자(권력자)이면 그 도가 지나쳐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렇듯 눈치는 강자와 약자 사이에 일어나는 비민주적이고 비도덕이며 비공식적인 소통수단이 된다. 자신의 소신도 없이 가급적 권력자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노력하고 눈치껏 행동하는 것이 양자의 지배구조를 깨뜨리지 않는 미덕으로 여겨져 온 셈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눈치란 용기 없는 약자의 생존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눈치 없는 사람은 살아가기 힘든 곳처럼 인식되는 오늘날 우리 지역의 풍토는 무슨 연유에서인가.

유권자를 얕보는 ‘패거리’ 선거가 지역에도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면 거친 걸까. 우리가 사는 지역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고 오랜 역사 속에 형성된 문화와 전통과 관습으로 이뤄진 공동체다. 인간 공동체에는 정치라는 사상과 이념이 동아리를 틀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쉽게 ‘우리의 지도자’를 운운하며 살고 있다. 지역에는 유지가 있고 유력인사는 보통사람과는 견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많은 권한을 갖고 행사한다. 문제는 그 힘이 그들의 것이 아니고 보통 주민의 것임을 잊고 사는데 있다. 퇴역 공직자든 종교 사회의 원로든 성공한 부자든 많이 배운 식자든 그들 스스로 유력자라고 생각한다면 주민을 일깨우고 솔선하는 역할을 넘어 지역 선거에 옳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일에 ‘눈치’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다. 더욱이 어떤 명분으로든 스스로 패거리 지어 유권자인 주민을 패거리 집단으로 나누려 시도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민주선거의 본질을 왜곡하고 유권자를 낮춰보는 잘못이다. 주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주민이 원하는 바르고 성실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의무와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많은 일들이 생기고 사라진다. 우리 지역에도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촌각도 쉼이 없다. 그러나 그 일들이 모두 백일하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못된 눈치만 빠른 영리하고 재치 있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 답답한 것처럼 보여도, 융통성 없이 둔해 보여도 강직하고 뚝심 있는 그리고 ‘패거리’에 기생하기 보다는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가를 중요한 일에도 침묵과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소심한 유력자는 필요 없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 했다. 아무리 ‘말을 아끼는 유교문화’가 보기도 듣기도 좋은 우리 조상들의 전통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고 바르지 못함을 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소신있는 지역 정치인이 앞장서야 할 때다.

진정으로 지역 주민과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충정없이 주민들 의식 속에 거짓 우상만 세우려는 정치인이라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민심의 이반과 지역의 파탄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올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 유지, 유력자, 지식인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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