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29)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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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29) 거울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9.03.20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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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속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로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져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에내가있소.
(중략)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제까지 보아온 시와는 그 양상이 다른 시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정신이상자가 쓴 넋두리는 아닌지? 1934년 이상이 오감도를 발표할 당시 독자들은 충격이었고 냉소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이 시를 고른 것은 우리 문학사에서 이상이 남긴 문학적 족적이 크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문학기류로 흐르던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기존 문학적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의 창작세계를 보여준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정상적인 사람은 도저히 이를 수 없는 자아의 세계, 그 속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언어의 연술은 기인이기 보다는 천재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숫한 문인들은 말합니다. 이상은 짧게 살다 갔지만 우리가 가지 못한 다른 세상의 언어를 꺼내 우리에게 던져주고 갔다고….
위 거울이란 시는 거울 속의 나를 만났을 때 또 다른 나를 만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거울 속에 있는 진실한 나는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거울 속은 딴 세상처럼 평화롭고 조용합니다. 그 깨끗한 세상에서 살고 싶을 때 듣고 싶은 소리가 있지요. 어떤 소리일까요? 어머니 목소리, 새소리, 종소리…. 그러나 그 소리가 사는 세상은 갈 수가 없습니다. 꼭 거울 속뿐만 아닙니다. 이 세상 어느 곳이든 가고 싶은데 못가고 27세에 쓰러집니다.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金海卿) 1912~1939 서울 출생, 소설가, 시인, 시 오감도(1934), 거울(1934), 소설 날개(1936) 외 이상전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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