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군에게 사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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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군에게 사죄합니다”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9.05.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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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사건이 있었던 것은 한 달여 전 일이다. 기자는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지하고 취재했었다. 어찌 보면 기자가 나서서 이 사건을 어리석은 ‘어른’들의 물밑 합의로 유도했는지도 모른다. 이 일은 꽤 큰 사안으로 보였다. 자칫 크게 책임져야 할 이가 나올 수도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취재하면 보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보도한 후, 이 좁은 지역에서 당사자가 누구인지알려질 것은 당연했고, 잘못이 없음에도 당사자와 그의 부모가 받아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나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우선적으로 복무요원과 그의 부모의 입장을 생각해 화해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일은 잘 마무리되는 것 같아 보였다.하지만 찝찝했다. 복무요원과 그 부모를 만나 이 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복무요원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당시 그는 그동안 자신이 당했던 부당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아 보였고, 실제로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결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으니 옆에서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으니 법대로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부모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등의 주제 넘는 충고(?)도 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라는 울분을 들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그를 타이르기에 급급했다.
그날 돌아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잘하고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에게 타협하는 방법부터 알게 한 것은 아닌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무요원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가 근무하는 부서 담당과 담당자 모두 복무요원에게 특별한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내성적이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고했다.
결국 불의와 타협하는 것에 길들여진 기자를 포함한 어리석은 어른들이 사회초년생 복무요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이 사건 관련자들이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상황에서도 자기 살기에만 급급하다. 어떻게든 보도를막기 위해 행동하고, 위기 모면에만 애쓰는모습이다. 기자는 주변 지인의 “기사만 내지말아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 전화를 종일 수차례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1달이 지난 지금까지 누구 하나 피해 당사자에게 제대로 사과하지않았다. 그 부모에게 사과한 이는 있지만, 그 사과가 진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정작 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할 지경인 당사자에게는 모두 무관심해 보였다.많은 공무원과 그 지인들은 “기사가 나가냐”에만 관심을 갖는다. “다 지나간 일이고(해당 직원을) 전보까지 했는데 왜 이제와 그러냐”는 등 어린 복무요원에 준 상처보다 ‘갑질’한 어른들의 안위만 걱정한다.
전보는 징계가 아니다. 전보는 덮기 위한회피일 뿐이다. 전보는 책임 짓는 것이 아니다. 기자를 포함한 이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최 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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