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32)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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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32) 광야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9.05.0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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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광야

         이육사(李陸史)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린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부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큰 뜻을 품고 사는 한 사람이 자기가 목 놓아 울 곳을 찾아 걷고 있다. 그곳은 어떤 곳이며 어디에 있는가? 산 위에 올라가 바라보는 푸르고 넓은 바다일수도 있고, 들 가운데에서 바라보는 끝없는 넓은 벌판일수도 있으며, 밤길 달려와서 멀리 동트는 새벽하늘을 바라보고 서있는 그곳일 수도 있다.
이렇게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하여, 사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는 곳이 곧 자기가 목 놓아 우는 터가 될 것이다. 그곳은 누구도 범할 수 없는 내가 가꾸고 키우는 영토, 그 영토는 들도 빼앗기고 산도 빼앗겨 남의 땅이 되어버린 내 나라 내 조국이었다.
‘지금은 눈 내리고 /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린다/다시 천고의 뒤에/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했으니, 바로 시인이 엉엉 울고 싶은 곳은 빼앗겨 버린 내 나라 내조국의 땅이었을 것이다.
시인 앞에는 언제나 혁명가, 애국지사란 말이 앞선다. 1928년의 의열단 단원이 되어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류 되어 수감되었을 때 수감번호가 264번이어서 후일 이육사(李陸史)로 개명하였고 그 이름과 걸맞게 중국대륙을 누비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열일곱번이나 수감생활을 하다 끝내 1944년 북경 감옥에서 40세 나이로 옥사하였다.
하지만 이육사 시인은 ‘내 고장 7월은 /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중략>’
7월이 오면 이 땅의 전원 청포도 밭에 해마다 시 한편으로 살아 다시 오시고 있다.

◎이육사 (본명 이활, 1905~1944) 경북안동출생. 시인ㆍ독립투사, 저서 시집 《청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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