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스포츠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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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말/ 스포츠 용어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5.08 14: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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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은 ‘차넣기’, 드리블(농구)은 ‘곱침’
낯설지만 재미있는 북한말(9)

한국전쟁은 남과 북을 철벽같은 분단으로 갈라놓았다. 이후 남북은 모든 분야에서, 모든 종류의 불꽃 튀는 체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게 스포츠였다.
지금이야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남북한의 위상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히려 북한이 우리를 앞서 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대회였다. 북한 축구대표팀은 거함 이탈리아를 격침하며 8강에 진출, 세계 축구역사에 길이 남을 이변을 연출했다.
남북 분단의 설움과 눈물이 뒤범벅된 일도 있었다. 북한의 신금단(辛今丹)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신금단은 1962년 구 소련 모스크바 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400미터(m)와 800m를 석권하는 등 세계신기록을 11차례나 경신한, 1960년대 세계여자육상 중장거리 최강자였다. 신금단 선수는 한국전쟁 당시 홀로 월남한 부친 신문준(辛文濬) 씨를 1964년 하계올림픽이 열린 도쿄에서 14년 만에 만날 수 있었다. 불과 7분 동안 이뤄진 만남 후, 신금단은 "아바이, 잘 가오"란 짧은 인사말로 전 세계를 울린 남북스포츠사의 슬픈 주인공이었다. 부녀의 애통한 상봉은 <눈물의 신금단>이란 제목의 대중가요와 <돌아오라 내 딸 금단아>라는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스포츠 분야에서 국제공용어를 그대로 쓰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스포츠 용어에도 ‘주체식’ 표기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보면 어색한 표현들이 적지 않다. 북한은 국제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자 97년 1월부터 국제공용어를 쓰도록 했으나 방송 등에서는 여전히 주체식 표기를 혼용하고 있다. 우리와 조금은 다른 북한의 스포츠 용어에 대해 축구와 농구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남북한 양쪽에서 모두 인기 있는 축구를 북한식으로 중계한다면, “등불게임이 첫차기 됐습니다. 황의조 선수가 방어수를 제친 뒤 긴 련락한 공을 문구역으로 달려들던 손홍민 선수가 단번차넣기 했습니다. 네~, 통꼴이 되고 마는군요.”
우리식으로 중계한다면 “야간경기가 킥오프 됐습니다. 황의조 선수가 수비수를 제친 뒤 길게 패스한 공을 골 지역으로 달려들던 손홍민 선수가 논스톱 발리슛 했습니다. 네~, 완벽한 골이 되고 마는군요.”
북쪽에선 야간경기를 ‘등불경기’로 표현한다. 수비수를 ‘방어수’로 부르고, 미드필더는 ‘중간방어수’, 센터포워드는 ‘가운데 몰이꾼’으로 쓴다. 주장이나 플레이메이커를 ‘기둥선수’라고 한다.
슛은 ‘차넣기’라 부르고, 패스는 ‘(공)연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롱패스는 ‘긴 연락’, 센터링은 ‘중앙으로 꺾어차기’로 표현한다. 프리킥은 ‘벌차기’, 페널티킥(벌칙차기)을 ‘11메타벌차기’라 한다. ‘단독 돌입(단독 드리블)’, ‘손다치기(핸들링)’, ‘구석차기(코너킥)’ 등도 북한식 축구용어다.
머리받기가 헤더(헤딩)를 가리킨다는 것은 누구나 유추할 수 있겠지만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도 있다. 통골이란 말이 있는데, 이건 골키퍼가 손써볼 사이도 없이 골로 연결되는 완벽한 공을 뜻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좋아한다는 농구에서도 표현이 독특한 용어가 많다.
“곱침에 이은 호쾌한 꽂아넣기”
아마 북한 아나운서가 이런 식으로 중계방송을 한다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곱침은 북한에서 드리블을 가리키는 농구용어이다. 흥미로운 것은 축구의 드리블은 ‘(공)몰기’라고 하지만, 농구의 경우 ‘곱침이’라고 한다. 여러 번(곱) 공을 땅에 내려치는(침) 행동으로 보는 것이다.
덩크슛은 ‘꽂아넣기’, 워킹바이올레이션은 ‘걸음어김’으로 쓴다. 자유투는 ‘벌넣기’라고 하고 골밑슛은 ‘륜밑넣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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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2022-07-04 07:23:52
알기 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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