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축산 회생과 우리농업을 지키기 위한 ‘축문’
상태바
[발언] 축산 회생과 우리농업을 지키기 위한 ‘축문’
  •  순창군농민회
  • 승인 2011.03.23 1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세~차 서기 2011년 3월 열엿새, 여기 순창골의 농민들이 위대하신 신령님께 두 손 모아 비나이다. 지난겨울 혹독한 동장군을 보내고, 바야흐로 때는 춘삼월 꽃피는 봄날이건만, 여전히 시샘추위가 우리 농민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나이다. 오늘 우리 농민들은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죽어간 무수한 축생들을 위로하고 우리농업을 지켜 주십사 신령님께 고하나이다. "

신령님. 먼저, 엄청난 재앙에 가슴아파하는 이웃 일본을 살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지진과 그로 인한 엄청난 지진해일 쓰나미는,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하고 나약한 존재인가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그 짧은 시간에 뭍이 바다가 되고, 지구의 자전축이 변하고, 일본열도가 움직이는 그야말로 경천동지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주검의 영혼을 위로하시고 가슴 아파하는 일본인에게 힘을 주시길 바라나이다.

현명하신 신령님!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는 천재입니까? 인재입니까? 그러면 한국의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인재입니까 천재입니까? 천재인 일본의 경우와 달리, 우리의 지난겨울 재난은 명명백백 인재였습니다. 국가의 초기 방역의무 늑장, 수백만의 생명을 아비규환 땅속으로 매장하는 살처분 능사 정책, 그로 인한 지하 침출수의 2차 환경오염 등 무엇 하나 인재 아닌 것이 없습니다. 하오니 신령님께서 미약한 인간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 구천을 떠돌고 있는 축생들의 영령을 위로해 주시길 간절히 비옵니다.

신령님, 혹자는 이번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당연한 결과라 말합니다. 그러면서 현 축산농가의 집약적 공장형 축산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축산업이 비중이 곡물보다도 더 많은 30~40%를 차지하는 중요 식량이라는 현실입니다.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는 이상,  이 식량구조를 쉽게 바꿀 수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서구 유럽처럼 동물복지의 개념을 살린 개방형축사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예산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원인을 축산농가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신령님,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우리 축산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위대하신 신령님께서 축산 기반 붕괴를 막아주시고 위축된 소비심리를 다시 회복시키고 안심하고 깨끗한 축산정책을 만들어 주실 것을 비옵니다.

신령님께 또 하나의 청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농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자유무역협정, 이름하여 에프티에이(FTA) 라는 놈입니다. 이놈은 예전 칠레에서 출발하여, 인도, 유럽, 미국 조만간 중국하고도 한다고 하니, 어려워진 농업농촌을 더욱 고사시킬 게 뻔합니다. 우리에겐 그 무서운 쓰나미는 바로 이놈입니다. 이 무서운 쓰나미 FTA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야라, 이는 농업이 우리의 식량안보산업이요, 녹색 생명 환경산업의 모태인 것을 누구보다도 신령님께서 잘 알고 계실 터, FTA를 뛰어넘는 정책대안을 앙망하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위대하신 신령님께 비나이다. 구제역 귀신, 조류독감 귀신, FTA귀신, 지진 귀신, 쓰나미 귀신, 온갖 못된 귀신 다 잡아 가두시고, 영험하신 신통력으로 축산 회생 하옵시고 우리농업 지켜 주옵소서. 상향

=이 글은 지난 16일 순창군농민회 하루주점 고사에서 낭독한 것을 보내와 싣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