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재미있는 북한말(10)
작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만남 못지않게 화제를 모았던 것은 만찬에서 선보인 옥류관 평양냉면이었다. 언젠가는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의 음식을 함께 먹으며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담아 북한의 대표음식과 음식 관련 북한말에 대해 알아보자.
북한 음식은 남한 음식에 비해 전반적으로 덜 자극적이고, 맛이 소박하며 심심한 편이다. 지난해 가장 주목받았던 음식은 단연 평양냉면이었다. 그런데 평양냉면 외에도 인기 있는 북한 음식들은 많다. 평양온반, 평양어죽, 어복쟁반, 대동강 숭어국, 개성 만두와 편수, 가자미식해, 이북식 찹쌀순대, 단고기 등.
평양냉면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오른 평양온반은 평양 4대 음식으로 꼽히는 음식이다. 잔칫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이북식 국밥이라 할 수 있다. 고기를 푹 고아 육수를 내고 녹두지짐을 올려 닭고기나 꿩고기 등을 고명으로 곁들여 먹는다.
평양어죽은 이름만 보면 생선으로 만든 요리일 것 같지만, 숭어나 메기 등과 같은 민물고기에 닭고기를 사용해 만든 음식이다. 한여름에 즐겨먹는 닭죽과 비슷하다.
어복쟁반은 평양의 상가에서 생겨나 발달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어복살’은 암소의 뱃살을 뜻하는 말로, 어복쟁반은 연한 살코기를 삶아 얇게 편으로 썰어 배추ㆍ미나리ㆍ당근ㆍ양파ㆍ달걀과 함께 담아내는 음식이다. 신선로 같은 놋그릇에 담아 즉석에서 끓여 전골처럼 즐기거나, 쟁반 가운데 양념한 메밀국수를 놓고 김치와 고기국물을 더해 국수처럼 먹어도 맛있단다.
대동강에서 숭어가 많이 잡히는 까닭에 평양에서는 다양한 숭어 요리를 접할 수 있는데, 대동강 숭어국은 평양에 다녀온 사람에게는 ‘숭어국은 먹었는가’라는 인사말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이라 한다.
고려시대 수도였던 개성에서 만두는 특히 중요한 음식이었다. 개성에서는 겨울철에 만두를 즐겨 먹었다. 이제 만두는 전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 음식이 되었지만 해방 전까지만 해도 설날 북쪽에서는 만둣국을, 남쪽에서는 떡국을 주로 먹었다. 함경도 지방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는 ‘가자미식해’와 아바이순대로 알려진 이북식 찹쌀순대가 있다.
북한도 남한처럼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고 한다. ‘얼음보숭이’는 ‘북한말’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하지만 실상 북한에서는 ‘얼음보숭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다. 북한에서 아이스크림은 ‘에스키모’로 북한에서 유통되는 아이스크림의 상품명을 그대로 쓴다. ‘얼음보숭이’라는 순화된 말이 보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중에 의해 다른 외래어가 선택된 것이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유난히도 좋아했다는 도넛은 가락지빵이라 부른다. 손가락에 끼는 가락지(반지) 모양의 빵이라서 도넛을 가락지빵이라고 부르나 보다.
“행복이 내 가슴 넘칠 때 그때는 우정/ 그리움 내 맘에 넘칠 때 그때는 사랑” 7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가수 이상열의 <사랑과 우정>이라는 대중가요 가사다. 일부 코미디언들이 이 노래 가사를 개사해서 “국수가 파마를 했을 때 그때는 라면, 국수가∼” 식으로 불러 웃음을 자아냈던 적이 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라면은 북한에서 ‘꼬부랑 국수’로 불린다. 주스는 ‘과일단물’, 카스테라는 ‘설기과자’, 햄버거는 ‘고기겹빵’, 어묵은 ‘튀긴 고기떡’으로, 도시락은 ‘곽밥’이라 부른다.
우리의 경우 ‘채소(菜蔬)’와 ‘야채(野菜)’ 두 가지 한자말을 같이 쓰고 있어서 혼동을 겪고 있는데, 북은 고유어인 ‘남새’로 쓰고 있다. 상추는 ‘부루’, 양배추는 ‘가두배추’라 한다. 피망을 ‘사자고추’라 부르는 것이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