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보편적 시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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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보편적 시책 추진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06.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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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눈높이라고, 눈높이. 사람들이 자기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너도나도 좋은 직장, 좋은 보수만 찾는 게 바로 문제라고. 중소기업이나 지방에 한번 가봐.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못 구해 난리인데, 뭐 일자리가 없다고? 죽을까 봐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김태형 <불안증폭사회> 2010)  “야 웃기지 마, 일단 좋은 기업을 들어가야 해. 솔직히 한 달 100만원 주는 직장이랑, 250만원 주는 직장이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 줄 알아? 시작부터 좋은 데 가지 않으면 넌 평생 그 바닥에서 썩는다. 거기서 빠져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래, 네가.”(정상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 2011)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들을 좋은 직장에 들어갈 확률이 높은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보내려고 그 무시무시한 ‘사교육 전쟁’에 거침없이 뛰어든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가 10배 이상 벌어지는 ‘교육 양극화’ 상황에서의 교육은 ‘세습 자본주의’를 정당화시켜주는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임금 격차 축소는 복지 확대보다 더 어려운 일이고, 노동문제 해결 없이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어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공정’이다. 굶주리던 시절의 경험이나 굶주리는 나라들과 비교하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건 기성세대의 호기로 보일 뿐 설득될 리 없다. 인간은 공정 감각이 유난히 발달한 동물이라, 같이 굶주리면 웃으면서 참을 수 있지만 배불러도 불공정한 차별을 당하면 분노한다. 더구나 변화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능력에 따른 정당한 차별이므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압박에 순응할 리 없다.
많은 사람은 “세상은 약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정글”이라고 말한다. 위정자들은 반세기 넘게 ‘위에서 아래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흐른다며 ‘낙수효과’를 강조했고, ‘억울하면 출세하라’, ‘개천에서 용 난다’는 서열주의를 앞세워 “나와 내 가족이 좀 더 높은 서열에 오르면 된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앞뒤 가리지 않고 달리게 강요했다. 그러나 “‘낙수’ 얻고 ‘서열’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
시대가 바뀌어도 기성세대는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위기를 넘기려 하고, 청년들은 서열사회의 붕괴와 공정사회의 시작을 원한다. 소수의 용보다는 대다수의 개천 미꾸라지들을 위한 세상은 청년들의 희망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외침을 애써 뭉개는 기득세력은 오직 기득권 유지에 매달린다. 고도성장ㆍ일사불란한 권위통치를 그리워하며 과거 성장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눈높이’가 다르고 ‘서열주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 눈높이는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지표다. 그런데 유독 청년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걸까. 용 하나 키우자고 수많은 개천 미꾸라지들의 희생을 방관하더니 “눈을 낮추라”고 “배부른 소리”라고 힐난하는 건 누구를 위한 간섭인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는 널리 알려진 비밀이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도 협력업체를 치밀하게 쥐어짜는 갑질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한데 모순과 불공정을 바로잡기보다 옹호하며,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권유할 자격은 있는가.
모두 용이 되려고만 할 뿐 개천의 미꾸라지들은 죽든 살든 내팽개쳐 두는 ‘각자도생’ 사회에서 불평등, 불공정을 항변하면 ‘물정을 모른다’고 나무란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성적 우수한 학생만 뽑아 기숙학원 운영하고 장학금도 더 주고 대학 가면 입학축하금까지 주지만, 취업하는 고교졸업 청년에게 취업축하금이나 장려금을 준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어디 어린 청년뿐인가 대학(병역) 졸업하고 취업이나 창업하려는 청년들에 대한 보편적인 지원은 볼 수 없다. 그저 다른 지자체에서 이미 치른 시책을 흉내 내거나 특정(일부) 지원사업만 보인다. 이렇듯 진작 도울 청년들은 내동 치면서 ‘눈높이’만 낮추라는 요구하면 폭력이다. 아무리 낮은 곳에서라도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은 공정에서 생겨난다. 한번 매겨진 서열이 평생 가는 불공정한 세상이 아니라는 희망을 줘야 한다. 공정한 보편적 시책을 찾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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