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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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정의란 무엇인가’
  • 장호순 교수
  • 승인 2011.04.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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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호순 순천향대하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디어는 세상의 거울이다.”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지만, 미디어를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진면목이 보인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미디어 관련사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MBC TV의 새로운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논란이다.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 이지만 결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미국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점(이라크전, 인종차별, 구제금융, 동성애, 낙태 등)들을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그리고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센델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롤스 등의 철학이론을 다양한 사회적 현안에 대입하면서, 미국 사회의 지도자로 성장할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정의로운 미국사회를 각자 구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대학교재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일까? 윤리학을 전공한 동료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국정목표로 ‘공정사회’를 내걸고 나오면서, 정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났는데, 마땅하게 읽을 만한 국내 서적은 없고, 그래서 미국 책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MBC의 ‘나는 가수다’라는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동료교수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가수다’는 요즘 인기 있는 서바이벌 형식 프로그램으로, 최저점수를 받은 출연자를 낙오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가수다’는 출연가수들이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인기 가수들이라는 점과 그들이 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래를 한다는 것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시간대 TV 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률이 높았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는 가수들의 노래실력 보다는 한국사회의 ‘정의’ 수준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첫 번째 심사결과가 나오자, 꼴지 한 가수를 탈락시키지 않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규정을 급변경 했기 때문이다. 참가한 가수 7명 모두의 동의를 전제로 했지만,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준 규칙을 스스로 위반해 버렸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프로그램 제작 PD가 다른 가수들보다 먼저 프로그램을 떠나야했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과 출연자가 저지른 반칙을 보고 시청자들은 크게 분개했지만, 출연진이나 제작자 중에는 누구도 그걸 반칙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규칙을 지키는 것 보다는 불쌍한 처지의 선배 가수에 대한 애정과 예의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나는 가수다’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의’의 수준을 보여준 리얼리티 쇼가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찾아보기 어렵지만, 불의가 무엇인가는 두꺼운 책을 읽지 않고도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투기는 기본이 되어버린 고위공직자, 선배에 대한 의리가 법보다 중요한 판사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탈세와 탈법을 서슴지 않는 재벌총수들, 모두 가족이나 친지들을 위해 규칙위반을 서슴지 않았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인정이나 의리를 규칙이나 ‘정의’보다 중시할수록 잘 나가는 사회지도층 인사가 되는 세상에서, 국민들은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반문 할 수밖에 없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 인기 방송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는 한국사회가 애타게 찾고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실제로 행동하고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우리 주변에 우리 지역에 과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한 번 돌아보자.

글 :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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