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곡종합처리장(RPC)의 벼 매입자금 지원기간을 축소하거나 지원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RPC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RPC의 대형화, 자율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쌀 산업 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 포함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이 계획안에는 연간소비량의 2% 초과분에 대해서는 자동시장격리를 실시하고 공공비축수매도 시장가격으로 매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RPC 지원 기준 상향조정은 두 가지 맹점이 있다. 현행 지원기간 1년인 상태에서는 기존 융자금을 새 융자금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돌려막는 형태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원기간이 축소되면 운영자금 부족 현상으로 부실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결국 이들 업체는 통폐합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상향 조정한 지원기준 ‘연간 원료곡 매입량 5000톤(t) 이상’이 안 되는 소규모 RPC는 건실해도 당장의 매입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의 경영평가는 수익성이 아닌 양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동계농협(조합장 장화영)도 예외일 수 없다. 연간 처리량이 8000t(조곡 20만 섬)인 동계농협의 지난해 수확기 원료곡 매입량은 5000t에 약간 못 미쳤다. 이 중 계약수매 등 동계면에서 생산된 나락 처리량은 약 2400t(6만 섬)으로 수확기 물량만으로는 수익창출이 어려워 연중 상시 운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전북도내 21개 RPC 중 수익을 낸 단 두 곳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2009년도 경영평가는 디(D) 등급을 받았다. 고창, 정읍, 김제 등 대규모 통합 RPC들이 10억원 이상 적자를 냈음에도 비(B), 씨(C) 등급을 받은 점을 보면 평가기준이 곡물 처리량을 토대로 마련됐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동계농협 측은 곧 발표될 2010년도 경영평가도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사업 중 RPC 매출이 60%를 차지하는 동계농협은 RPC 운영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장길수 전무는 “예전에는 소규모 RPC도 시설 현대화나 유지ㆍ보수비용을 지원해줬는데 지금은 대규모 RPC만 지원해주니 경영여건이 어려워졌다”며 “쌀만 취급하는 소규모 단일 RPC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계농협이 지난 해 받은 지원자금은 총 34억200만원이며 2009년에는 18억원이다. 이는 단기차입 방식으로 이듬해 정해진 날짜까지 상환해야 하며 계약수매나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사용된다.

동계농협 RPC는 동계면뿐만 아니라 적성, 풍산, 유등면 등 다른 면에서 생산된 나락도 처리한다. 자칫 공공비축미곡 수매량이 줄어들 경우 군내 나락 적재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동계농협 관계자는 “물량을 많이 확보해도 나락 값이 떨어지면 타격이 크다. 물량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파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9월이 지나면 신곡은 구곡이 되므로 통합 RPC는 쌓인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경품이나 행사상품 떨이로 넘기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곳에 안 팔고 제값 받는 곳에 팔고 있다. 제값을 받아야 농민에게 혜택도 간다”고 말했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운영 전국협의회(협의회장 김원철 부안농협 조합장)는 지난 3월29일 서울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벼 매입자금 지원 기간을 현행인 1년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의 방침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앞으로의 결과에 따라 동계농협 RPC의 운영방향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