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따라 저절로 움직이는 게 진짜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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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따라 저절로 움직이는 게 진짜 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4.27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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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선가게 김영식 사장의 유별난 춤사랑

군내 어느 축제 진행 중 부대행사로 노래자랑이 열렸다. 주민들의 노랫소리, 초대가수의 공연에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지면서 무대는 한바탕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매는 어느 할아버지가 무대 앞에 보인다. 빨간색 셔츠에 흰색 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은 이 노인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춤을 춘다.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유연함이 배어있어 손짓 발짓이 어색하지 않고 이따금 몸을 한 바퀴 돌면서도 중심을 잘 잡는다. 노래 가락에 흐름을 맞추는 것은 기본. 자신만의 춤 세계에 빠져든 이 노인은 어느새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영식(70ㆍ순창읍 남계) 씨다. 그는 재래시장 어물전에서 생선을 판매하고 있다. 김 씨는 어려서부터 춤을 좋아했다.

“따로 배웠냐고? 그런 거 없어. 음악 따라 저절로 움직이는 게 진짜 춤이지.”

해방과 전쟁을 거치는 고된 시기를 살아온 그에게 춤은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야간통금령이 내려지기 전에는 새벽까지 놀고 오기도 여러 번 이었다. 나중에는 군에서 구할 수 없었던 커다란 녹음기를 구해 강천산 병풍폭포 밑에 두고 아내와 단 둘이 가무를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다른 사람이 가세하면 춤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김영식 씨는 아내와 한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일어나서 춤을 추니 관계자들이 화면을 잡는데 방해가 된다며 오히려 춤추는 것을 방해하곤 했다. 재미도 못보고 돌아오는 일이 몇 번 생기자 그는 전국노래자랑 발길을 끊었다. 다만 군내서 춤을 출 만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의상’을 챙겨 나간다.

질서는 기본이다. 노래가 끝나면 반드시 앉고 반주가 시작되면 일어나 춤을 추는 것이 김 씨의 철칙이다. 아내인 임성애(65)씨도 남편의 영향으로 춤을 좋아하게 됐다. 지금은 몸이 불편해 김 씨만 춤을 춘다. 그래도 항상 같이 다니며 박수 쳐주는 아내를 김 씨는 늘 고마워한다.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춤을 출 것”이라는 김 씨의 바람은 가요제가 군에서도 더 많이 열리는 것이다.

김 씨의 춤 의상은 항상 옷장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신명나는 축제장에 노래와 춤이 이어지는 한 김 씨의 춤 사랑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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