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송판이 할머니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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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세 송판이 할머니의 하루
  • 이양순 기자
  • 승인 2011.05.04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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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읍 신남리 102세
식사준비-집안 청소

 

▲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송판이(102세) 할머니.


쌀밥·된장국·나물반찬 하루세끼 꼭 챙겨
치아 좋지 않아 음식 조심 9시에 잠자리

 

장수노인 중 정신장애 조카까지 돌보고 있는 102세 송판이 할머니(순창읍 신남리)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봤다.

조카와의 아침식사를 위해 손수 국을 끓이고 나물 반찬을 준비해 아침상을 차려 냈다. 송 할머니의 식단을 살펴보면 쌀밥, 된장국, 나물반찬으로 지난 2005년 7월 타임지가 선정한 장수식단 그대로다.

구림면 남정마을에서 태어나 17살에 시집왔다는 송 할머니는 “남동생 하나 있는 큰아들에게 열일곱에 시집 와 지금껏 살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조카가 농사 조금 짓고 나도 딸 하나 시집보내고 혼자여서 서로 의지도 되고 좋아”라고 따뜻한 눈길로 조카를 바라봤다.

송 할머니는 “예전처럼 가뿐하면 이것저것 푸성귀도 심고 싶은데 당뇨가 있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음식은 안 가리고 먹었지만 지금은 이가 좋지 않아 조심한다”고 말했다.

치아를 치료해 좋은 음식을 드시라는 권유에 “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서 우리 나이가 되면 돈 걱정이 많아 다른 것은 몰라도 치과 다니고 새로 치아를 하는 것은 나라에서 좀 해주면 좋겠다”며 불편한 치아를 내 보였다.

오전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물었더니 송 할머니는 “집안 이곳저곳 움직이면서 치워야해, 그래도 집에 여자가 하나 있으니 단정해야지”라며 마루를 닦았다.

송 할머니는 “김치는 딸이 담가다 주는데 맛이 좋다”며 “80살 가까이 까지는 내가 담가 줬는데 지금은 못해”라고 손을 내젖는다.

마당으로 내려 선 송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하고 그대로 “착한 조카가 당뇨에 좋다며 엄나무를 쪼개 줬어”라며 마른 약재를 뒤적였다.

송 할머니는 봄볕이 좋다며 닭 모이도 주고 장독대도 둘러봤다. 잠시 쉬는 듯 하더니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해 놓고 근처에 있는 마을 회관으로 나간다. 자신의 몸을 지탱해 주는 유모차를 밀며 평소 가까운 친척처럼 지내는 한 마을 정정순(59)씨와 만나 입담을 나눈다.

정씨는 “젊으실 때 부지런하셨지. 지금이야 집안 청소만 하지만 밭일하며 논일 거들고도 건강하셨어. 그 시절 고생은 많았어도 늘 소탈해서 이웃들과 음식도 가리지 않고 편하게 지내셨지”라고 말했다. 고향 친척집을 방문한 임의호(79ㆍ유등)씨는 “어려운 살림에 조카까지 돌보니 대단하시지, 온순한 성격에 정도 많다”고 말했다.

송 할머니는 조카와 단둘이지만 한번도 식사를 거르지 않고 이른 저녁식사가 끝나고 뒷정리를 한 후 텔레비전을 켰다. 송 할머니는 “사람이 좋아서 텔레비전을 봐. 이야기는 몰라도 웃고 울고 하는 모습이 좋아 사람 사는 것 같고”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밤 아홉시가 넘어 잠자리를 깔며 “남편 일찍 가고 딸자식 하나지만 욕심 없이 그냥 살았어”라며 몸을 뉘였다.

송 할머니는 인사처럼 “내 것 아닌 것으로 마음 아파도 어쩔 수 없잖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조카와 그냥 살 수 있으면 그게 복이야”라고 말했다. 

■ 장수하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개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가족-지역사회와 어울려야

반드시 차려먹는 하루 세 끼 식사

천수를 누리는 백세인(百歲人). 글자 그대로 하늘로부터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장수비결을 연구해온 많은 학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대부분의 백세인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원만한 성격을 다듬고, 체력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으며, 집안과 지역에서 어른으로 대접받는다. 

최근 장수에 대해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닌 ‘기능적 장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노화에 관한 연구의 일환으로 ‘한국의 백세인’ 연구가 활발하다.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를 비롯하여 인류학, 지리학, 가정학, 사회학, 복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장수하려면 개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지역사회가 어우러져야 된다”고 말한다.

백세인들이 보여준 여유와 자상함, 능동적인 생활태도는 100세라는 연령의 의미를 잊게하고 오히려 누구보다 당당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 이를 반증한다.

노화는 생존전략

‘늙으면 쉬이 죽는다’는 상식을 뒤집은 학자 박상철 교수는 의과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해 고기를 태운 부분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 발암물질을 줄이려면 고기는 야채와 함께 먹으라고 처음 제안한 사람이다.

1990년대 초반 암세포의 모양에 관해 연구하던 중 젊은 세포에 비해 늙은 세포가 잘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의 커버스토리(2002년 1월호)에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노화연구는 국제노화학회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박 교수는 ‘노화는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라는 새로운 노화이론을 정립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노화는 운명론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에 반응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생존전략인 것이다. 적응이란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만 바꿔준다면 얼마든지 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사회적으로 노화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구곡순담’ - 호남 장수 벨트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지역은 순창ㆍ담양ㆍ곡성ㆍ구례 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호남 장수벨트’다. 박 교수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장수지역으로 순창을 꼽는다. 장수지역은 인구 10만에 100세를 넘은 인구가 21명 이상인 지역을 말하는데, 국내에서 이 기준을 넘어선 곳은 순창을 포함해 14곳으로 순창은 백세인이 29명에 달한다. 그 뒤를 전남 보성, 경북 예천, 경남 거창, 전남 곡성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장수지역 분포도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장수지역이 고정적이지 않은 것은 1990년대부터 의료보험이 확대 실시되면서 산골에도 의료 서비스가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옛날에는 아프면 그저 노환이려니 하고 포기하고 90세, 100세 노인들 대부분이 감기로 사망했지만 지금은 병원 이용으로 장수지역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백세인은 인구 10만 명에 4.7명으로 세계 수준인 평균 1명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평균 10명인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장수를 한다고 해도 한국의 노인들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5.9세(2000년)지만, 65세 이상 노인 중 80% 이상이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이웃이 장수 돕는다.

백세인의 두드러진 특징은 나름의 장수비결을 터득해 이를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군내 백세인 몇 명의 사례는 흥미롭다

지금까지 50여년을 함께한 공보순(73ㆍ인계 세룡)씨는 “시어머니는 젊어서 김치, 된장찌개, 고기반찬을 골고루 드셨다”며 “지금도 남보다 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나시며 집안일을 세세히 물어 보신다”고 답변했다. 

금과면 발산리에 사는 100살 설삼채 할머니의 며느리 서삼순(74)씨는 “시어머니의 욕창이 무서워 요양보호사와 함께 매일 운동을 시켜드린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들을 준비한다”며 “나물반찬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건강 체질이 아니지만 성격이 활발한 덕분에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 구림면 박금순(101) 할머니는 “바쁜 농사철을 제외하고는 마을회관에 나가 젊은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즐겁다”며 “큰 손주와 며느리가 식성에 맞춰 좋아하는 생선반찬은 꼭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의 건강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족 간 사랑, 어른에 대한 공경, 효성이 장수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100세 노인들이 장수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가족에 있다. 물론 현재 가족의 보살핌 없이 혼자 사는 고령자도 많다. 각 지역마다 독거노인의 점점 많아지는 추세는 사회적인 현상으로 앞으로 장수의 해답은 가족이 아니라 이웃이 쥐고 있는 셈이 된다.

한국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과 국제노화학회장을 역임한 박 교수는 “오래 사는 것과 보람 있게 사는 것은 다르다. 주어진 생명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건강하고 멋지고 당당하게 늙자. 노화는 생명체가 보여주는 진지한 노력의 과정”이라며 노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장수문화를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장수문화 정립할 때

군은 건강 및 장수복지 시책 전개 사업의 일환으로 70세 이상 3세대 가정에 효도수당 지급하고 있다. 또 장제비는 90세 이상 장수노인부터 연령별 차등지급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는 100세 이상 장수노인 생일상 차림 및 천수패 증정을 시행해 지역의 효 문화 풍토 조성 및 장수 어르신 자긍심을 고취 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노인여가 복지시설(경로당) 운영 활성화를 위해 경로당 운영지원, 경로당 물리치료기 보급사업, 경로당환경 개선사업 등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시골에 찾아가보니 정작 일해야 할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노인들만 농촌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백세인 연구와 더불어 농촌을 살려낼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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