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락 “차라리 갈아엎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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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값 폭락 “차라리 갈아엎자”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5.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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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당 500원도 못받아후작 시기 놓칠까 한숨

▲ ▲ 과잉생산으로 배추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출하를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하우스 속에서 탐스럽게 자란 배추.
“제 값 못 받고 팔 곳 없으면 안타깝지만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죠.”

전국적으로 봄배추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군에서도 배추를 제때 출하하지 못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다.

“며칠만 일찍 오시지.”

조영선 복흥면 농민상담소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안타까워했다. 농민의 한숨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들어왔던 조 소장에게 배추 값 폭락은 남 일이 아니었다. 보도가 조금만 더 일찍 됐더라면 바깥의 누군가가 소매로라도 팔아줄 수 있지 않겠냐는 심정이 보였다.

조 소장은 “1망(3~4포기 들이)에 1500~2000원만 받아도 인건비, 기름 값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출하할 수가 있지만 그 이하는 소매 가치도 없다” 밝혔다.

조 소장은 마침 농산물 생산자 표시가 인쇄된 전단 한 장을 내보였다. 한 농민이 정읍시장에 내다 팔 배추 망에 넣으려고 준비한 것이다. 대부분이 계약재배를 하는 것과 달리 이 농민의 배추는 소매로 팔려야 한다. 정읍시장 청과상의 주문량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다른 해야 할 농사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소규모로 여러 번 오가기에는 가까운 거리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강인선(48ㆍ복흥 동산)씨의 시설하우스에는 싱싱한 배추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강씨는 “작년에는 노지배추를 해서 대전에서도 가져갈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 올해는 전화도 없다. 버릴 데도 없으니 청과상에 거저 줘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씨는 또 “후작으로 고추를 심을 예정이지만 배추 때문에 이식 시기를 놓쳤다”며 “며칠 내로 결단을 해야 할 상황이다”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배추값 폭락 현상에는 수급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탓 또한 크다. 지난해 가을, ‘배추가 금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값이 좋았던 시기에도 사실 농민들은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정부는 가격안정이라는 말로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소매가를 크게 낮췄다. 그리고 2월에 보인 배추 재배지 확대에 별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자율감축 작업비, 쉽게 말해 폐기 장려금으로 300평당 4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강씨는 지난해 말 수입했던 중국산 배추의 영향이 지금도 이어져 내려온다고 믿었다. 강씨는 “저온저장을 거쳐 시장에 출하되는 것도 있을 테고 지금도 어디선가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해마다 요동치는 봄배추 가격에 복흥면의 재배농가도 10여 곳으로 줄었다. 복흥농협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계약수매를 했지만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는 다른 지역보다 출하시기가 늦은 지역특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소장은 “복흥면은 전남 지역보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봄배추 출하시기가 늦다”며 “시장에 첫 출하하면 가격을 좋게 받을 수 있지만 이미 떨어진 상황에서 출하를 하게 되니 제 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배추밭을 나서는 기자에게 한 농민은 “괜찮은 판매처를 알고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말했다. 타들어가는 농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추는 여전히 튼실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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