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23) 우리는 문화예술의 소외자, 박수만 치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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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23) 우리는 문화예술의 소외자, 박수만 치는 존재가 아니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1.05.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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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홍준철 저. 「나는 희망을 지휘한다」

지식은 머리로 익히고 가슴으로 가는데 오래 걸리지만, 음악은 단번에 가슴을 관통해 버리는 힘이 있다고 한다. 음악과 음표도 모르고, 삶 마저 흔들리는 마음 상처투성이 노숙자들에게 ‘희망의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합창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성공회 대학교 겸임교수이자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의 상임지휘자인 홍준철 교수가 쓴 책이다. 그를 찾아서 좀 더 들어가 보니 초등학교 때는 3개월 동안 월사금을 못 낼 정도로 가난했고, 커서는 음악이 좋아 옷감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성악레슨을 받고,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세미나에 참석하여 배우고, 지독한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 독학으로 공부하여 운명처럼 음악과 만나 결국 희망의 지휘자가 된 사람이다.

최고의 실력을 갖추면서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합창단을 갖는 것, 그리고 한국 창작음악으로 합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저자의 음악 이야기는 삶의 이야기와 서로 다르지 않다. “삶에 있어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나 행동은 음악에서 음정이 틀린 것이다. 약속을 지키고, 시기를 맞추는 것은 박자를 맞추는 일이다. 자신의 소리를 낮추고 남의 소리를 들어가며 조화를 찾는 것은 음악의 브랜딩(혼합·융합)이다. 합창은 어느 한 방향으로만 치닫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그래야 소통이 이루어진다. 음악에는 삶처럼 기승전결이 있다. 그리고 음표와 동등하게 쉼표도 있다. 음악과 사람, 그리고 소통을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또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인간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겸손하지 않으면, 깨끗한 마음이 없으면,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이미 정신적인 의미의 음악은 잃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의 연습은 사정이 허락할 때 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무식할 정도로 해야 한다. 호흡이 높아지고 흥분해서 자신의 소리만 내는 것은 위험하다. 일단 연주에 들어가면 겸손이 아니라 오만한 자존심으로 몰입해야 한다고 지적해 준다. 이외에도 낮고도 깊은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살기도 힘든데 음악은 무슨, 문화 예술은 무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은 의식주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생명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예술은 인간에게 사치품이 아니다. 더 이상 우리는 문화예술의 소외자, 박수만 치는 존재가 아니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농공단지 확대나, 심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체육시설의 증설이 필요하듯, 문화예술에 필요한 ‘야외 공연장’같은 시설의 건립이나 그 방면의 지원과 확대도 역시 필요한 일이다. 육신의 밥과 정신의 밥은 다르다.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누군가는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이다.송화가루가 도포자락 휘적이며 자신만의 조명탄으로 축제를 이룬다. 산은 날 듯한 기세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희망의 지휘를 바라보며 취해서 겁도없이, 허접한 아마추어 풍물잡이가 바라는 용감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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