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을 다스리는데 농악만한 것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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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을 다스리는데 농악만한 것이 없죠”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5.25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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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3년 맞은 쌍치 흙사랑풍물패

▲ 쌍치 흙사랑 풍물패 회원들이 쌍치면 복지회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한바탕 치고 나면 몸과 마음 개운

쌍치면 복지회관은 매주 월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불이 켜져 있다. 창밖으로는 흥겨운 풍물가락이 새어나온다.

‘꽤갱 꽤갱 꽹 깨깨갱~ 꽤 꽤 꽤괘 꽤 깨개갱~’

장단이 척척 들어맞는다. 꽤 많은 연습을 했나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5명 가량 사람들이 모여 있다. 대부분 아주머니들이다. 각자 일을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을 시간이지만 좀이 쑤셔서 나왔단다.

쌍치 흙사랑 풍물패(회장 이옥림) 회원들에게 있어 월요일은 모든 근심을 털어버리는 날이다. 연습이지만 한바탕 농악을 벌이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고 마음도 홀가분하다. 요즘은 농번기라 많은 회원이 나오지는 못하지만 공연이 있는 날엔 열일 제쳐두고 달려온다. 이들에게 풍물패는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다.

쌍치 흙사랑 풍물패는 지난 1998년 12월에 창단됐다. 창단 회원들은 서로 친목은 물론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전통문화를 보호ㆍ육성하며 발전시키고자 풍물패를 만들었다. 이들은 매주 한 두 번씩 모여 꾸준히 공연연습을 하고 있다. 쌍치면 지역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가해 주민들에게 공연을 선보였다. 그렇게 실력을 쌓은 결과 창단한지 불과 2년이 채 안되어 군 농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매년 군내 유수의 민속경연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임실사선제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어느 덧 창단한지 14년째 접어든 흙사랑 풍물패의 실력은 연습과 열정에 있다.

상쇠인 이정호(45ㆍ쌍치 쌍계)씨는 학점은행 강좌를 이용해 2년째 임실필봉농악을 배우고 있다.

이옥림 회장은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유명하다. 허리, 다리를 비롯해 뇌수술까지 받은 이 회장은 진통제를 맞아가면서도 풍물패 연습만은 빼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그런 열정에 탄복한 회원들은 서로 나서 장단을 한번이라도 더 맞춰보려 노력했다.

흥겨운 농악이 회원들에게 안긴 선물은 수상경력이 전부가 아니다. 흙사랑 풍물패 회원들은 건강을 회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데도 농악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봉덕(53ㆍ쌍치 쌍계)씨는 수술대에 오르지 않고 병을 치유한 경우다. 김 씨는 “허리가 뒤틀릴 정도로 다리를 절었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수술날짜까지 잡았지만 수술을 받기가 싫어 도망쳤다. 이후 아픔을 참고 한약과 풍물, 요가 등을 한 결과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데도 농악은 효과만점이다.

이정호씨는 “임실필봉농악은 남성미가 넘치는 좌도농악의 대표 농악 중 하나다. 장단의 강약은 흥겨움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며 “회원 중에도 우울증을 겪다 풍물패를 만나 활기차게 사는 사람이 있다. 농악이 사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장은 수술 후 더 약해질 수 있는 몸을 농악으로 극복했고 풍물패 가운데서 가장 체력 소모가 많은 대포수를 맡고 있다. 65세인 이 회장은 현재 청바지를 입고 다닐 정도로 건강미를 과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 관계도 돈독해져

흙사랑 풍물패는 지역에서 문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쌍치면 내 각종 행사의 첫 순서는 풍물패 공연으로 채워진지 오래다. 특히 집들이 공연은 창단 때부터 이어온 흙사랑 풍물패의 전통이다.

이 회장은 “일정만 알려주면 쌍치면 어디라도 가서 집들이 축하공연을 한다. 연습 때는 자주 못 오던 회원들도 집들이만큼은 열일 제쳐두고 나와 공연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회원과 지역주민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자연스럽게 회원수도 늘어났다. 흙사랑 풍물패의 대회 수상이 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풍물패 기본구성인 35명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풍물패 회원 중에는 다문화가정 여성도 있다. 일본 출신인 가마다 유미(49ㆍ쌍치 옥산)씨는 4년 전 쌍치면 주민자치센터 겨울 강습 강좌를 통해 흙사랑 풍물패를 만났다. 가마다 씨는 본격적으로 참여한 1년 반여 시간동안 지역주민을 만났고 한국문화를 배웠다. 이제는 풍물패에서 장구를 맡아 공연도 함께하고 있다. 붓글씨 실력도 일품이란다.

고남숙 쌍치면 주민자치위원회장은 “본인도 강좌를 통해 풍물패를 접했다. 이런 기회들이 꾸준히 마련되면 농사일에 지친 젊은 여성과 다문화가정 여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활동들이 가능하려면 행정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농악을 편하고 재미있게 접하도록 모든 초청공연을 무료로 하고 있는 풍물패는 회원들의 회비와 약간의 행정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고유곤(59ㆍ쌍치 쌍계)씨는 “풍물패가 면마다 있어 농촌사회의 문화를 이끌어 간다. 풍물패가 없으면 농촌에서 흥이 사라지기에 군이 재정 보조를 해줘 운영비 부담을 줄이고 꾸준히 유지하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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