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값 30% 하락, 사료비도 못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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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값 30% 하락, 사료비도 못 건진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6.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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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육두수 과다현상과 구제역으로 인해 제때 출하되지 못한 소들이 일시에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전년 동월에 비해 30% 떨어진 소값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우 거세우 400만원 선, 마리당 100만원 손해
구제역ㆍ고환율 여파, 비용부담 갈수록 증가해

소 값 하락과 사료가격 인상에 따른 축산농가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순창군에서는 지난 4월, 우시장이 재 개장돼 축산 농가의 활황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표한 일일 축산물 가격동향에 의하면 한우 거세우 1등급의 농가수취가격은 401만원(600킬로그램, kg)에 그쳤다. 육우 거세우 역시 272만9000원(600kg)으로 300만원에는 한참 못 미쳤다. 지난해 6월 평균가격에 비교하면 한우 거세우는 176만원, 육우 거세우는 162만3000원이 각각 하락했다. 가축시장에서 7개월 미만의 송아지도 소폭 하락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년에 비해 30%가량 하락한 소 값과 달리 사료가격은 올해만 두 차례 인상을 앞두고 있다.

이성배 순정축협 생축장 팀장은 “오는 10일과 9월에 한 차례씩 원료 수입가격이 오른데 따른 사료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다. 소 값은 바닥을 치는데 사료 값은 올라 생축장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 상황이 계속 될 경우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적자를 보는 셈이다. 이미 시세로는 사료 값조차 못 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결과 한우 비육우 600kg당 생산비가 518만원이다. 이 중 경영비가 414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한우 번식우는 1마리당 순수익이 -36만5000원으로 3년째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 값 하락의 원인에는 구제역과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팀장은 “겨우내 구제역으로 인해 우시장이 침체됐던 탓에 제 때 내놓지 못한 소들이 몰려 가격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워낙 비싼 사료 값 때문에 축산농가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소를 내놓아야 할 판이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던 4개월만 잡아도 추가로 들어간 사료 값은 비육우의 경우 마리당 50만원이 넘는다. ‘구제역에 걸리면 시세대로 보상을 받으니 차라리 그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료 값의 고공행진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주범이지만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발 금융위기를 이유로 경제가 일시적으로 얼어붙었고 환율과 원자재가격이 상승했다. 달러환율은 지난해까지 1달러($)당 1100원~1200원 사이를 꾸준히 오가다 최근에야 1100원 이하로 내려갔다. 통상 원자재 가격 및 환율 변화가 소비재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6개월이 걸리고 있다. 또한 환율이 수 백 원씩 내려가지 않는 한 한번 오른 사료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은 농가의 시름을 깊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출기업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고환율 정책에 더욱 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가 유입되면서 한우 가격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축산농가의 경영난을 일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농가특별 사료구매자금 융자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타 지역 일부 농협과 축산농가들은 융자 상환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고 사료에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이성배 팀장은 “사료정책자금을 받아도 이를 갚지 못해 일반대출을 받아 돌리고 있다. 사육ㆍ출하 적체가 해소되는 시기가 오면 소 값은 오르겠지만 이대로라면 축산농가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년 정도가 한계라고 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정읍 우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 박영옥(순정축협 상임이사)
“쇠고기 소비촉진이 중요하다. 많이 먹도록 하고 도축량도 늘려야 우시장이 활성화된다. 가임기간이 오래된 암소를 줄이는 게 적정두수 유지를 위한 방법이다. 쇠고기 소비에는 학교급식이 효과적이나 최저가격 입찰방식 때문에 고품질 농ㆍ축산물을 공급하기 쉽지 않다. 소를 키우는 것은 몇 년을 두고 하는 일이기에 시기가 어려워도 꾸준히 해야 한다.”

 

 

 

 

▲ 윤길도(78·부안 줄포)
“한 달에 120만원이나 들어가는 사료 값이 부담되지만 축사를 비울 수 없어서 오늘 암송아지 4마리를 샀다. 농사지어 번 돈으로 사료 값을 대고 있지만 워낙 비싸졌다. 그렇다고 풀만 먹이기도 힘들다. 소 값 안정제 명목으로 가입비 3만원을 내면 1년 이내에 송아지가 150만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 3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너무 낮다.”
 

 

 

 

▲ 김한승(74·부안 주산)
“임신우는 값을 더 쳐주던 시절은 지났다. 30두까지 했다가 가격 떨어지기 전에 판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사료융자금 상환할 때가 됐는데 걱정이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은 정상으로 보나 계속 내려가는 것은 문제며 당장 지난 장날보다 20만원이나 값을 덜 쳐주고 있다.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궁금하고 우선 융자상환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 안명수(순정축협 과장)

“시세가 4월보다 30만원 정도 하락했다. 가격이 빨리 회복되기 바라고 있지만 언제쯤 될지는 알 수 없다. 전국적으로 소 사육두수가 워낙 많은 것이 문제다. 적정두수는 약 200만 두지만 3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소비촉진을 하고 있고 암소 두수 줄이기 운동을 이번 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농민이 같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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