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게/ 순창읍 ‘2대 손자장’ 강병규·정옥경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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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순창읍 ‘2대 손자장’ 강병규·정옥경 부부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1.06.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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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짧게 인생은 길게"

 

▲ 순창읍 남계리에서 '2대 손자장' 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병규·정옥경 부부.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3시까지만 손님을 받는 배짱 좋은(?) 중국집이 있다. 수타 손자장으로 유명한 군내 유일의 ‘2대 손자장’이다. “돈 많이 벌어서 무덤으로 가져갑니까. 충분히 즐기면서 살아야지요.” 이렇게 말하는 강병규(57)·정옥경(51) 부부.
모르는 사람들은 “돈 많이 벌었으니 그런 편안한 생각을 하겠다”고 말하겠지만 그러나 그들의 가슴 아픈 애환을 알고 나면 그런 얘기가 어쩔 수 없는 진심이었음을 알게 된다.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        

순창 토박이인 강병규 사장이 ‘2대 손자장’을 오픈한 것은 지난 2009년 2월로 불과 2년여 전이다. 부부가 절박한 심정으로 손자장 집을 시작했다.
부모님이 중국집을 했던 강 사장은 중고등학교 시절 어깨 너머로 일을 배웠다. 그렇지만 대를 잇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군 제대 후 서울에서 잠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인 정옥경 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순창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의 일을 도와주게 되고 부인도 큰살림을 맡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가게에서 영업을 하고 5일장이면 읍내 시장에서 자장면을 팔았다. 시간이 지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직접 청해반점이라는 중국집을 경영했으나 신통치 않아 청해일식이라는 일에도 손을 대보았다. 무리하게 확장을 하면서 결국에는 그것이 이들 부부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2001년 이들 부부는 할 수 없이 판소리 공부를 하던 아들을 그대로 둔 채 상경을 했다. 객지에서 그야말로 뼈 빠지게 고생을 했다. 고향을 떠나면서 알게 모르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부인은 투잡, 쓰리잡을 하며 희망의 끝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송파에서 손자장집을 하면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기를 3년여. 주위의 제의를 못 이기고 의정부에서 큰 중국집을 오픈했다. 남의 말을 쉽게 믿는 탓에 돈만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절망에 빠졌다. 강 사장은 이때를 “하늘하고 땅하고 붙어버린 것과 같은 세상이었다”고 술회한다.
이때 고향이 생각났다. 손자장 기술과 맛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인 순창읍내로 돌아왔다. 주위의 시선도 따가웠지만 열심히 살아갔다. 지인의 도움으로 현재의 가게에서 자장면 집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인테리어 공사 중 뇌경색으로 병원신세를 지게된 것이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가 잘되어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 이때 생각한 것이 ‘무리하게 욕심내지 말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낮 장사’였다.

 
실패 끝에 고향에 정착 안정


이들 부부에게 가장 큰 희망은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인 아들 문경(본명 강문경)이다. 순창출신 임종수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판소리에서 트로트로 전향해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문경은 13년간 판소리를 익혀 음악적 토대가 탄탄한데다 임종수 선생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향후가 기대되는 신인가수다. 부인 정씨는 “임 선생님께서 단 한 푼의 레슨비 없이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아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준 위대한 스승입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문경은 임종수 선생의 곡인 ‘말좀해봐요’로 활동하고 있다.
‘2대 손자장’집에 가면 손자장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쫄깃쫄깃 면발에 구수한 자장이 어우러진 별미는 소화도 잘된다. 또 하나 버섯짬뽕도 인기메뉴다. 순창이 내륙지방인지라 이곳에서는 식재료 공급이 어려운 해산물 대신 싱싱한 버섯으로 만든 일명 버섯짬뽕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송이버섯, 팽이버섯, 표고버섯 등이 듬뿍 들어가 있고 각종 야채와 어우러져 얼큰하면서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탕수육도 돼지고기 안심만 사용한다.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갑니다. 종업원이 없으니 부담도 없고 그렇게 부담이 없으니 남편의 건강도 좋아지더라고요. 손님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형편에 맞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최상의 식재료와 맛, 깔끔한 식당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많이 애용해 주세요.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대접하겠습니다.”
강병규·정옥경 부부의 짧지만 결코 소홀함이 없는 하루 4시간의 깔끔한 식사대접이 자못 기다려진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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