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18) 경쟁으로부터의 자유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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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18) 경쟁으로부터의 자유와 여유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1.06.15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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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에서

시대에는 시대정신이 있다. 어떤 생각이 시대의 흐름을 지배하는 것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서 살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뒤지거나 따르지 않음을 인생에서의 낙오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절대적 가치로 자리매김 되던 생각들은 시대가 바뀌고 보면 철지난 유행처럼 상대적 가치에 불과했던 것을 역사는 증명한다.

 

오늘 이 시대는 변화와 경쟁, 뜀박질을 원리로 하는 자본주의 상품경제시대이다. 상품경제의 특징은 자본의 축적을 최우선 가치로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위해 사치와 낭비를 조장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자원의 고갈과 환경의 황폐화를 초래하여 생존조건을 위협한다. 상품은 경쟁에서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신상품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소비창출을 하며 소비자로 하여금 쓸만한 물건도 버리게 하여 자원의 낭비와 환경을 오염시킨다. 잦은 신상품 출현은 인간으로 하여금 낭비적 소유를 위한 더 많은 지출을 요구하고 더 많은 지출은 더 많은 일을 강제하여 심신의 여유를 빼앗고 쉴 틈을 주지 않아 지친인간을 만들어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시킨다.  

한편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무한 경쟁의식은 더 좋은 것, 더 좋은 위치,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갖기 위해서 공존하길, 즉 함께 나누길 거부한다. 모든 사람은 경쟁자, 즉 적인 것이다. 그 때문에 그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잠깐 방심하면 뒤쳐지기 때문이다.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더 많이 갖기 위해 앞만 보고 계속 뛰다보니 주변을 볼 수 없어 속 알머리는 좁아지고 심신은 지치고 병들어 있다. 해서 쌓인 스트레스는 돌출행동을 야기하고 정신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넉넉한 여유로움, 안정감, 따뜻한 우호적 분위기이나 경쟁을 원리로 한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직 공존의 사회, 함께 나누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거든 시대의 분위기로부터 해방돼 경쟁으로부터 자유를 구하고 시공을 초월한 느긋한 분위기에서 차 한잔 놓고 앞서 살다간 현인들을 불러 인생을 담론하는 여유를 가져라. 전무후무 귀중한 삶, 마음을 학대하며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옛 글에 朝寢而當富(조침이당부)-일찍 잘 수 있는 것은 부자에 해당하고 無事而當貴(무사이당귀)-일이 없으면 귀한 신분에 해당한다 했고, 또한 채근담에서는 福莫福於小事(복막복어소사)-일이 적은 것만 한 복은 없으며 禍莫禍於多心(화막화어다심)-마음 쓸 일이 많은 것 만한 재앙은 없다. 唯苦事者方知小事之爲福(유고사자방지소사지위복)-일로 고생한 사람만이 일이 적은 것이야말로 행복임을 알고, 唯平心者始知多心之爲禍(유평심자시지다심지위화)-마음이 평화롭던 사람은 마음 쓸 곳이 많을 때 비로소 재앙인줄 안다. 사람은 얼마만큼 일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의 비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사치한 삶, 남보다 우월한 삶, 지배적 지위를 구하게 되면 내용에 상응한 만큼 삶의 비용은 높아질 것이다. 경쟁의 관문을 통과해야 할 것이나 자연인으로의 검소한 비경쟁적 삶을 구하면 삶의 비용은 줄고 대가는 건강한 심신의 여유로 올 것이며 이 여유를 앞서 간 현인들을 만나는데 할애한다면 그들로부터 지혜를 얻어 진정 인생이 풍성해 질 것이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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