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산, 한국전쟁 그리고 통일운동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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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산, 한국전쟁 그리고 통일운동 단상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06.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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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봄은 꽃 보라의 기대감으로 잠을 설쳐도 눈 뜨면 꽃보다 붉은 피만 지천이었습니다. 한 때 꽃잎처럼 졌노라고 허망하게 갔노라고 약한 자신을 비추어 그대를 함부로 슬퍼했습니다. 이 땅은 피를 바쳐야 꽃을 피우고 꽃은 꽃답게 져야 열매를 맺는 줄 그대는 알고 계셨습니까?”

‘봄의 열사’라는 무명시의 구절이다.

회문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서 투구, 동 지리, 남 무등, 북 모악이 보인다. 순창과 임실을 가른 첩첩산중.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천혜요새. 다섯 선인이 바둑 두는 오선위기(五仙圍基)의 명당. 산적 두목 백령이 웅거했다는 천근월굴(天根月窟 : 송나라 소강절의 시구). 천주교 성지. 갱정유도(更定儒道) 발상지. 동학혁명과 의병활동, 빨치산 전북도당의 근거지. 소설 ‘남부군’의 무대. 사연과 역사가 많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빨치산 간부 훈련장이던 노령학원 터에는 삼림욕장이 조성되고 남부군의 요새에는 비목공원과 흉내 낸 빨치산사령부 등이 어설프게 세워져 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소수의 친일매국노를 제외한 거국적인 인사가 참여해 건국준비위원회와 인민위원회를 결성했다’고 했다. 새 조국 건설의 설렘은 소위 점령군인 미군과 소련에 의해 묵살되고 짓밟혔다. 북에는 조선노동당의 인민공화국, 남에는 자유당 정권의 민주공화국이 수립된다. 수많은 애국자들이 학살당했으며 애국적 항거는 폭거와 매국으로 매도되었다. 그러나 이 땅에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과거사에 대한 진상이 역사 앞에 밝혀졌고 또 밝혀지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6ㆍ25사변이라 불렸던 민족상잔의 아픔은 좌로 우로 갈려져 인식됐고 평가했다. 해마다 열려온 6ㆍ25 행사, 전몰 국군ㆍ경 장병들에 대한 추모는 박정희 대통령 김일성 주석 시절의 7ㆍ4 남북공동성명(1972), 김대중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ㆍ15 선언(2000), 노무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ㆍ4 선언(2007)을 거치면서 남과 북 전쟁 희생자들을 함께 추모하는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회문산에서 열린 ‘제11회 회문산 해원제’도 6ㆍ15 공동선언이 가져온 변화의 하나다.

2005년 5월 28일 “전국에서 달려오신 통일운동 원로 선생님들 대단히 반갑습니다.” “백두영봉에서 한라까지 조국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산마다, 능선마다, 골짝마다, 들마다, 마을마다, 지하에서, 감옥에서 피가 어리지 않은 곳이 없다.” 앞의 인사는 그날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열사추모제’에 참가한 전국의 통일운동 활동가를 맞이하는 반가움이요. 뒤의 회고는 비전향장기수 어른의 좌우를 아우르는 해원의 추모였다. 그때 한 교사가 자신의 제자들인 중학생들과 함께 펼친 ‘반전통일문예공연’이 빌미가 되어 구속당하고 조선일보의 ‘빨갱이 사냥’이 한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오늘날, 이명박 정부는 민족의 통일 염원이 담긴 7ㆍ4, 6ㆍ15, 10ㆍ4 보다는 북쪽을 비난하고 자극하는 ‘북한 선제타격’ 등 대북 강성 발언이 담긴 6ㆍ29(2002 서해교전), 3ㆍ26 (2010 천암함 침몰), 11ㆍ23 (2010 연평도포격)을 앞세운다.

회문산 골짜기마다 남북 좌우를 가릴 것 없이 조국을 위해 싸운 영령들의 피가 철철 흐르던 전장이었다. 60년 세월이 흘렸지만 당시 죄 없이, 영문도 모르고 희생당한 수많은 양민들의 혼백은 제대로 위로받지 못했다. 그때 싸우다가 쫓기고, 쫓기다가 싸우며 장렬하게 산화한 남북 영령들 모두 우리의 형제자매. 그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에서 영령들을 추모하고 그 교훈을 되새겨 우리민족의 간절한 염원인 자주적 통일을 위해 화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우선 지역에서부터 민주적 토양과 보편적 복지와 진보적 미래를 위해 바른 사고와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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