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도민 의견 짓밟은 전북도와 전북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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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도민 의견 짓밟은 전북도와 전북도의회
  • 오은미
  • 승인 2019.10.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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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이른 아침부터 전북도의회 안팎으로 경찰이 배치됐다. 앞뒤 출입문이 봉쇄되어 출근하는 직원들, 민원인들의 출입이 차단되었고, 1층 로비엔 에어메트가 깔렸다. 공권력이 의회를 장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전혀 몰랐던 건물 안 2층, 3층은 육중한 방화 셔터가 내려져 마치 전쟁에 대비하는 듯한 대응으로 건물 안에 있던 농민들과 시민단체를 겁박한 것은 심각한 권력 남용이요, 도의회 역사상 초유의 폭거·만행이 아닐 수 없었다.
송하진 도지사가 발의한 농민공익수당 조례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고자 공권력을 끌어들인 것이다. 민의의 전당인 의회가 불통과 무능, 군림으로 전락되었던 것이다.
‘전라북도 농민수당 주민청구 조례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대표들이 24일 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회(농산경위) 의원들과 면담하고, 도청에서 제출한 농민수당 조례안과 도민들이 10일 만에 3만 여명 가까이 서명하여 제출한 주민조례 청구 안을 병합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농산경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25일에 상임위 회의를 열어 도지사가 발의한 의안을 심사 후 본회의에 회부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농민들이 농산경위 위원장실에 들어가 농성을 하였다.
이런 와중에 첩보 작전을 벌여 해당 상임위원회 회의실이 아닌 다른 상임위 회의실에서 이른바 날치기로 심의, 의결하여 뒤통수를 쳤다. 이에 농민들이 밤을 새며 의회에서 떠나지 않았고 본회의 당일 물리력에 맞서 싸우며 본회의 강행을 저지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본회의에서 찬반 토론을 거쳐 ‘전라북도 농업·농촌 공익적 가치 지원에 관한 조례 안’은 찬성 23표, 반대 10표, 기권 1표로 최종 가결되었다.
전북도 안과 주민청구 안은 금액과 지급 대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북도 안은 연 60만원을 농가에 지원하는 것이고 운동본부 안은 연 120만원을 모든 농민(2인 이상일 경우 지급액은 조정할 수 있다.)에게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북도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주민청구 안을 무시하고 짓밟아 민심을 저버린 것이다.
예산은 철학이요, 의지의 문제라 하지 않은가? 그리고 얼마든지 소통하며 대화로 절충할 수 있었을 텐데 무리하게 공권력을 발동하여 아수라장을 만든 이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매년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지어먹을 농사가 없고, 설상가상 연이은 태풍으로 망연자실 생존의 벼랑의 끝에 내몰려 있는 농민에게 위로는 못 해줄지언정 너무 잔인하고 가혹한 처사에 서글픔과 분노가 눈물과 절규가 되었다. 그간 전북도가 삼락농정으로 민관 농정 협치를 자랑하였건만 전북도는 이제 삼락농정이 아닌 사망농정을 자초하였다.
또한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전북도의회는 도민을 대변하기는커녕 전북도의 충실한 시녀였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말았다.
전북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온 일당독주, 일당독재의 폐해가 아닐 수 없고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중의 적폐이다. 이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 전북도의 발전은 한 발짝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치를 떨며 확인했다.
농민수당은 농민들이 현실을 무시하며 농민만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떼를 쓰는 억지가 아니다. 천재지변에 맞서야 하고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 무능·무대책의 농업정책과 싸워가며 모두가 떠나가는 농촌에서, 식량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농민들을 무장해제 시켜 맨몸으로 맨 앞에서 죽든지 살든지 싸우라며 등을 떠민 정부였다. 지금까지 농민들에게 국가는 없었다. 
이제야 비로소 농민들도 농민으로서, 어엿한 국민으로서 인정받는 징표이고, 도시보다 넓은 면적의 국토를 지키며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고, 환경과 농촌공동체를 유지해가는 국가가 해야 할 공익적 가치를 지켜내는 일들을 농민들이 수행하고 있음에 대한 인정이다. 또한 농민수당은 농민들만 좋은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미 농민수당을 시행하는 지역에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거라도 감사하며 받아먹고 떨어져라’는 식의 농민들을 거지 취급하며 적선하듯 하는 태도에서 심한 굴욕감마저 든다.
농민수당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10월에 주민 청구 안이 도의회에 상정될 것이다. 치적 쌓기 명분이 아니라면 짧은 기간 많은 도민들이 절실함으로 서명했던 주민 청구 안에 전북도와 의회는 답하라. 그것만이 민심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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