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97) 네 흥대로 네 멋대로 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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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197) 네 흥대로 네 멋대로 춰라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9.10.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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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노름마치 / 진옥섭 저

네 흥대로 네 멋대로 자신있게 자신만의 춤을 춰라. 내 삶도 그렇게 자신의 흥대로 멋대로 자신있게 살아가라

못난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격으로 풍물(농악)과 함께 지낸 지 이십 년이다. 요즘은 문화활동이 활발해져서 종류도 많고 유행으로 변해가지만, 자리가 진지해지면 농촌에서는 신명을 내고 화합하는 대동놀이로 풍물만한 것이 없다고 설득하는 중이다.
풍물은 원박으로 장단을 포용하는 징, 자유롭게 노닐지만 위엄이 있어야 하는 괭과리, 가락의 사이를 밀고 당기며 알알이 채워주는 장구, 단단하게 기둥마다 대를 세워주는 북, 소리보다는 동작으로 꽃이 되는 소고, 판을 흐드러지게 휘어감는 날라리(태평소), 공연자와 관객을 연결시키는 잡색 등이 주요 구성요소들이다. 취미생활로 이것저것 만나는 재미도 있겠지만, 풍물은 오래하다보면 변함없는 장맛처럼 오래된 그리움을 만나는 일이다.
이웃 담양출신인 저자는 2002년 <남무, 춤추는 처용아비들>이 출세작이다. 2006년 <풍물 명무전>으로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무용평론가 이자 전통예술 연출가이기도 하다. 책 제목의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과 마치다의 ‘마침’을 결합한 남사당패의 은어인데 최고의 잽이를 뜻하는 말로, 그가 나와 한 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 책은 전통문화의 전달자이자 예술로서의 승화된 우리 문화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예기(藝妓), 남무(男舞), 세상에서 가장 긴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들로 표현된 득음(得音), 유랑극단의 광대, 한양만신의 무당과 풍류로 춤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책을 읽는 동안 한 시대를 풍미한 예인들의 기구한 삶과 일생, 화려했던 시절을 오가며 구비마다 색다른 삶을 음미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판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닳아지며 살아온 저자는 은연중에 이 분야의 식견과 상식들을 선물해 주었다. 책의 느낌은 한마디로 글을 수놓는 솜씨가 대단해서 정겨운 떨림을 주었다.
그가 말한 명무는 “연륜이 되어야 춤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적당히 나이 든다고 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덤으로 얻은 개평이란 없다. 춤으로 종사한 천 명 중 한 사람, 만 명 중 한 사람이 일생을 몸부림쳐 천신만고 끝에 나오는 것이 명무다”라고 표현한다. “시작과 끝, 장단이 바뀔 때 나오는 박수는 그야말로 의례적인 박수다. 만약 전통공연에서 그런 박수를 받는다면 ‘순서 외느라 고생 많았소’라는 정도의 격려일 뿐이다”라고 한다.
유모차 두 대가 와야 움직였다는 장금도의 살풀이 춤을 보면서 당대의 명무요 가야금 병창의 명인이었던 도금선이 한 말은 “네 흥대로 네 멋대로 춰라!”는 충고였다. ‘네 흥대로 네 멋대로 자신있게 자신만의 춤을 춰라. 내 삶도 그렇게 자신의 흥대로 멋대로 자신있게 살아가라’는 말로 변환되어 가슴에 들어왔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도둑질도 손 떼면 가만 두는데 왜 들추느냐”며 손사래를 치는 혹은 이 땅을 떠나고, 나이들어 남아있는 예인들이다. 세상에 내로라 하는 당대에 이름을 올리던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심금을 울리던 명무이고, 득음을 향한 구도자이며, 바람처럼 세월을 누벼온 우리문화의 명인들이었다.
그들은 일어나서 춤을 추면 “외양간의 누운 소가 돌아보고, 앉아서 소리하면 헛간의 도리깨가 들썩여야 한다”고 표현되는 이 땅의 ‘노름마치’들 이었다. 공연이 좋으면 요즘은 ‘쥑인다’ ‘뿅간다’ 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옥당!(玉堂)’이라 하여 무릅을 쳤고(구슬의 둥근모습으로 예술의 완전함을 표현) ‘앵두(눈물)를 똑똑 따는구나!’라며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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