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할미넴! 랩하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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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할미넴! 랩하는 할머니”
  • 김상진 기자
  • 승인 2019.11.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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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싸롱에서 풍산용내ㆍ구림 할머니들 ‘랩’ 대결

 

‘할미넴’은 할머니와 에미넴(미국의 유명 래퍼)의 합성어이다. 랩(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읊듯이 노래하는 대중음악)을 하는 할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보보(BOVO)문화연구소 장재영 대표는 전북농어촌종합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지난 15일, 순창읍 방랑싸롱에서 풍산 용내리팀과 구림면 주민들로 꾸린 팀의 랩 대결 발표회를 가졌다.
할머니들은 처음에는 못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랩 강사들은 할머니들의 마을에 찾아가 함께 부침개를 부쳐 먹고 고기도 구워 먹으며 손주처럼 친근하게 다가갔다. 할머니들이 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에 가면’ 등 게임을 하며 장벽을 낮췄다. 그렇게 준비한 랩 대결은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할머니가 랩을 한다는 소문에 50여명이 방랑싸롱을 찾아 관람했다. 경연에 앞서 풍산용내팀 윤덕례(79) 할머니가 “무조건 이긴다”고 말했고, 구림팀도 ‘파이팅’을 외치며 뜨거운 분위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풍산용내팀은 “손주딸 그렸어 나 그린다고 그렸는디 그리다 말았어”라며 손녀를 그린 그림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 구림팀은 두릅 농사를 짓는 할머니가 읊조린 말을 두릅랩으로 만들어 공연했다.
베스트 공연상은 풍산용내팀에, 마을대상은 구림면에 주었다. 할머니들, 그리고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친 청년들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구림팀에 랩을 가르친 임형삼(30ㆍ전주) 씨와 김홍빈ㆍ김울창(30ㆍ금과) 형제는 “만나는 시간이 저녁이었고, 장류축제 등 일정이 빠듯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할머니들이 잘 따라주셔서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풍산용내팀을 가르친 이동호(28ㆍ목포) 씨는 “할머니들에게는 생소한 음악이라 음악적인 접근보다는 놀이로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할머니들이 꾸준히 참석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구림팀 김복남(62) 씨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문화를 접해봐서 즐거웠다. 두릅 농사를 짓는데 두릅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설영자(79) 씨는 “나이 먹고 혀가 굳어서 빨리 말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여럿이 나와 놀아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풍산용내팀 조광숙(66) 씨는 “나는 까불거리는 것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데 함께 시장도 가고 게임도 하며 노래를 만들어 불러 즐거웠다”고 말했다.
장재영 대표는 “인구 절벽의 순창군에서 청년들과 어르신들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어르신들에게는 활력을, 청년들에게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직업군을 확보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출품하고 대내외적으로 ‘순창할미넴’을 브랜드화하여 전국 명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돋보기 대신 선글라스를, 밀짚모자 대신 힙합 모자를 쓴 할머니들은 “젊은이들을 더 못 봐 서운하다.” 아쉬움을 드러내며 “참 고마웠다.” 인사를 전하며 행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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