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남계마을은 마을 사람 사진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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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남계마을은 마을 사람 사진 ‘전시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9.11.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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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한 ‘광주댁’이 제안…한분 한분 마을 역사
매년 찍어 어떤 분이 살다 가셨는지 알려야지
마을 기록 … 그 때는 왜 이 생각 못 했을까?
▲금과 남계마을회관에 붙은 ‘우리마을 사람들’ 사진. 2019년 2월에 촬영해 회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다.
▲유한필 남계마을 이장이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촬영이 있으니, 오늘 2시까지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월, 금과면 남계마을에 때아닌 사진 촬영이 있었다.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입술에 립스틱을 칠하고, 아껴두었던 옷을 챙겨입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래될수록 가치를 더하는 것, 바로 마을이다. 마을에는 사람이, 이웃이, 이야기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마을을 일군 흔적은, 함께 일구어온 사람들의 주름살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은 빛이 난다. 이날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모여 찍은 사진은 마을회관 벽에 붙여져있다.
이날 함께 사진 찍은 남정림(82) 씨는 “우리 마을은 사이가 좋아요. 일 있으면 싹 몰려가서 해요. 지금도 배추 뽑고 왔어요. 밥도 맨날 같이해서 먹어요. 행정에서 지원하지 않을 때부터 우리 마을은 같이 해 먹었어요.” 그의 말대로 사진 속의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다정한 얼굴이 보기 좋다.
“사진이 참 곱게 나왔어요.” 김정윤(72) 씨는 “무슨 행사때 찍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찍은 적은 없지요. 이 사진은 집에 잘 끼워뒀어요. 애들한테도 보여주고요.” 멋쩍게 웃으면서 자랑했다.
사진찍기를 처음 제안한 이는 4년전 남계마을로 귀농한 광주댁(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사양했다)이다. 귀농운동본부에서 농촌과 농사를 공부하며 귀농을 준비한 광주댁은 “이사온 지 4년 됐는데 그동안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다섯 분이나 돼요.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는 분들이고, 한 분 한 분이 마을의 역사인데 이렇게 잊어버려도 되나 하는 마음도 들고, 나중에 이곳에 새로운 사람들이 와도 이 마을에 어떤 분들이 살다 가셨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마을 분들 모두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매년 찍으려고 합니다.”
광주댁이 정착하도록 집을 알아봐 주고 묵힌 땅을 소개해준 유한필 이장은 “지난 2월에 광주댁이 마을 어르신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저는 한 게 없습니다.”
한사코 손사래를 치지만, 올해 이장 3년 차인 유 이장은 사진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유한필 이장은 자녀들에게 이 마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마을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할아버지 예전 모습이야. 이 분은 옆집 할매고… ” 마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싶었다. 도시는 이웃도 남이지만 시골에서는 다 가족이다. 이웃은 힘든 농사를 도와주고, 마을 일을 함께 해결하는 공동체였다. 이 사진은 남계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에게도,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유 이장은 “마을의 연속성,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는 30년 전에는 이 마을에 40명가량 또래가 있었다. 그 많은 또래가 마을을 떠났는데 그때는 사진 한 장 남기기 어려웠다. 왜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조금 더 일찍 마을에 온전히 눈을 돌리고, 마을 어르신들을 셔터 중심에 세우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이렇게 비어가는 농촌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더 늦게 전에 농촌을 기록했더라면, 마을 어른들을 주인공으로 바라봤다면.
광주댁은 “일이 바빠 오시지 못한 분들이 계셨어요. 농사일이라는 게, 때를 놓치면 안 되니…” 아쉬워했다.
광주댁은 사진에서 그날 함께 찍지 못한 분들을 본다. 한 달 전에 말씀드렸지만, 그 하루 시간 내기 어려운 게 농촌 실정이다.
남계마을에는 아직 동네 우물이 있다. 일 년에 한 번은 모여 대청소를 하고, 옆에서 음식을 장만해 모두 모여 나눠 먹고 나눠준다. 우물에 모여서 빨래도 하고, 배추도 씻는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이야기들이 어른대는 우물가처럼, 마을이 우리를 키워왔다.
“일 년에 한 번은 모두 모여 사진 찍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광주댁이 꾸는 꿈은 너무 소박한가, 아니면 너무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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