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 아이 되어 나를 칭찬하고 안아줍시다”
적성 대산마을 마을회관이 신나는 트로트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을 주민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밥은 먹었어?”, “밥 먹고 왔지”, “지금 기분은 어때?”, “좋습니다.”
7월부터 시작한 웃음 수업은 행복학습센터사업의 하나인데, 이 마을 정영구 이장이 면사무소에 신청해 마을 주민들에게 큰 행복을 선사했다.
이날 웃음 수업은 박은정 강사가 진행했다. 박 강사는 “모래를 이용한 그림 샌드아트처럼 오늘은 소금을 이용해 얼굴을 그릴 겁니다”라며 소금이 담긴 그릇을 흔들며 “어르신들 이게 무슨 소리로 들립니까?” 어르신들은 “바스락바스락 눈을 밟는 소리가 납니다.” 박 강사는 “맞습니다. 새하얀 눈길 위를 밟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모두 소금을 흔들며 ‘스트레스야 날아가라’라고 말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주민들이 따라 하며 미소를 지었다.
박 강사는 “어르신들은 누구누구의 아들, 아빠, 엄마로 살아 왔을 겁니다. 오늘은 누구의 자식, 엄마, 아빠가 아닌 김복남, 신종호로 나 자신을 소금으로 그려 볼겁니다”며 “손을 들고 이렇게 말해봅시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고 멋있니?”라고 말하자 할머니들이 “내가 제일 이쁘지!”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되었다.
주민들은 새하얀 소금에 색소를 입혀 검은 판에 얼굴을 그렸다. 갈색 얼굴에 초록 티셔츠를 입고 보라 바지를 입은 나. 파란 머리와 빨간 눈, 코, 입 노란 몸을 그린 나, 주민들은 완성된 그림을 서로 평가하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마동댁 엄귀남(91) 씨가 “내가 돌아다니면서 평가를 해 봐야겠어”라고 말하고, 한 그림을 가리키며 “여기는 사람 대구빡(머리)만 그려놓고 몸은 째까나케(작게) 그렸나”라고 놀리자 그 그림 그린 이가 “애기라 그렇다” 대꾸해 주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강사는 다 그려진 그림 아래 꽃을 그리자며 “어르신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셨을 겁니다. 앞으로 내 인생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림 그리기를 마친 아르신들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엄지손을 치켜들고 옆 사람 이름을 부르며 ‘최고’를 외쳤다.
이어 박 강사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체면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즐겁습니다”라며 ‘나는 정말 내가 좋다’를 외쳤다. 강사는 “평생 고생하며 살아온 나에게 고맙다고 칭찬하고 자기 자신을 안아주자”며 웃음수업을 마쳤다.
이날 수업 분위기를 주도한 마동댁 엄귀남 할머니는 “이쁜 강사님, 주민들과 함께 즐겁게 웃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웃음과 함께 즐겁게 지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종호(82) 씨는 “선생님이 오셔서 노인들을 건강하게 웃을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박은정 강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힘을 받고 행복을 받아가는 거 같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