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속에 시 한 줄-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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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에 시 한 줄- 낙엽
  •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 승인 2019.11.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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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다시 온 가을날! 휘날리며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들을 본다. 그 낙엽들을 보면서 어떤 이는 정처 없이 떠나는 나그네의 모습 같다 했고, 또 어떤 이는 마지막 지상에서 손 흔들며 떠나는 가을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 낙엽은 지난여름 가지 끝에 매달려 소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뜨거운 여름 한 철 내내 온몸을 흔들리면서 살았다. 그것은 오직 잘생기고 예쁜 열매 하나를 매달기 위한 여정 속의 몸부림이었으니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 바가 아닐 것이다. 하니, 내가 서 있는 나무라면, 가을에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이라면 떨어져 뒹구는 낙엽은 나의 그리움이기도 하고 추억이기도 하며 반짝이는 삶의 조각이기도 하다.
그 반짝이는 사유의 조각들을 시인은 밟고 간다. 그리고 가장 친숙한 어느 여인의 이름을 부를 거야 묻는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물론 대답해 줄 여인은 그 곁에 없다. 그리고 끝내도 그 대답은 듣지 못한 채 우리 독자들에게도 물어본다. 독자들이여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스스로 시인은 말한다. ‘발로 밟으면 낙엽은 내 영혼처럼 운다 /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올가을에도 낙엽은 바람에 수없이 뒹군다. 그리고 밟힌다. 그때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어떤 의미로 나에게 들리는지 한 번쯤 생각하면서 걸어야겠다.

* 구르몽(Rémy de Gourmont, 1858-1915) 프랑스 시인, 관능과 지성이 교묘하게 조화된 독특한 시를 썼음. 소설, 평론, 문체론 등 상징주의적 저서를 남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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