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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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1.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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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랑또랑한 눈에 야무지고 예쁜 여자아이와 장난기 가득한 눈에 뺨이 붉은 귀여운 남자아이’들이 화려한 ‘설빔’을 입고 티 없는 청아한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합니다.
선명하게 인쇄된 ‘2020’ 숫자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설’이 코앞입니다. 방송에서 열차와 고속버스 예매 뉴스가 보도되고, 명절 선물이 배달되는 모습이 눈에 띄니 새해가 더욱 실감이 납니다.
먼 옛날 함께 윷 놀던 사촌들은 설날 아침 아니, 설 연휴에도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차례, 성묘, 설빔, 세찬 … 단어까지 낯설고 기억은 더 가물거립니다. 설날 아침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고, 성묘하고, 부모ㆍ일가친척ㆍ이웃 어른에게 세배하고, 설빔 입고 남녀노소가 동네 마당에 모여 윷놀이ㆍ널뛰기ㆍ연날리기ㆍ제기차기 하던 모습은 문헌 속 풍속이 된 지 오랩니다. 그래서 <열린순창>에 실린 색동옷 입은 어린이들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요즘에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예전 여인네(어머니ㆍ며느리ㆍ딸)들은 가족이 설에 입을 ‘설빔’을 마련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조산업이 발달하고 세상이 변해서 지금은 낯설지만, 당시 어머니들은 극진한 자식 사랑으로 설빔을 마련했고 그래서 설날 아침에 아이들이 입는 설빔은 더 예쁘고 화려했나 봅니다. 1960년대 기억 속 설빔 색동옷은 ‘한복집’에서 만들었습니다.
아무튼,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새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누이에게는 두루 복주머니를 아들에게는 귀 복주머니를 매어 주셨습니다. 버선에 복과 함께 좋은 운을 불러들인다는 꽃수도 새겨 주셨습니다. 색동저고리를 입히는 것은 “물, 불, 쇠, 흙, 나무 등 세상을 이루는 원소들이 잘 화합하듯 아이가 무탈하게 잘 자라도록 바라는 마음”이라는 의미는 어른이 되고서 알았습니다. 그 어머니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한 지난날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설빔’은 ‘설날에 몸을 치장하기 위해 새로 장만한 옷이나 모자, 신발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 해를 끝내고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은 묵은 것은 다 떨구어버리고 새 출발을 하는 날입니다. ‘설빔’(새옷)을 곱게 차려입고 맞는 새해는 그래서 기쁩니다. 새로 시작하는 날에 모두, 새 옷을 입고 새 마음으로 새 일을 계획하면 참 좋겠습니다.
어린이는 설날 새벽같이 일어나 방문 밖을 내다봅니다. 고대했던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는지 보기 위해 방문 밖으로 고개를 내밉니다. 눈이 내렸으면 더 좋고, 내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방문 닫고 지난밤 잠들기 전 머릿속으로 수십번 입어보았던 설빔을 하나씩 하나씩 입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생활의 반복인데 설날 아침은 유별나게 즐겁습니다.
<열린순창>도 설을 맞아 어린아이들이 차려입은 새 옷처럼 예뻐 보이면 좋겠습니다. 겉모양만 새‘빔’이 아니고 바른 정보와 사실이 담긴 믿음직한 ‘빔’으로 독자와 군민의 사랑을 받으면 참 좋겠습니다. <열린순창>은 바뀌고 고쳐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날 아침 어머니가 입혀준 색동옷이 마냥 예쁘던 어린 시절을 벗어나 초등학교 다니는 나이가 되면 제 옷에 관해 관심과 애정이 생겨 자기 옷의 매무새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9살 넘어 10살을 향해 가는 <열린순창>도 이제, 입은 옷의 가치와 의미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되었습니다.
설 명절에도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는 가족,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 부모 잃은 어린이, 의지할 데 없는 노인, 밀린 임금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 이역만리 해외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외롭고 서글픈 심정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섣달그믐날 무를 베어 먹으며 안팎 모두 티 없이 깨끗한 무처럼 깨끗하고 순탄하기를 기원했던 조상들의 무 먹은 속처럼 ‘속 시원하게 알리는 신문’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화려하고 예쁜 ‘까치두루마기’ 입고, 마른 땅에서만 신는 가죽 신창에 비단으로 싸서 만든 ‘태사혜’를 신고 달리는 부잣집 애지중지 도련님보다, 전장에서 좌충우돌하는 전사처럼 ‘전복’과 ‘철릭’ 위에 ‘쾌자’를 덧입고 활발하고 용감하며 정의롭게 달리면 참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설빔’ 만드는 정성에 미치는 노력으로 <열린순창>을 만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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