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현대사(18) 1973년의 대중가요와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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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현대사(18) 1973년의 대중가요와 한국사회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2.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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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납치사건, 1차 유류파동, 세계여자탁구 우승

대중가요와 함께 살펴본 20세기 후반의 한국사회(18)

1973년 8월 8일, 일본 도쿄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박정희의 최대 정적인 김대중을 제거하기 위해 도쿄 시내에서 벌인 이 만행으로 한일관계는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10월 17일에는 제1차 오일쇼크(유류파동)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은 수직 상승했고, 성장률은 떨어졌다. 산업구조가 경공업에서 에너지 수요가 많은 중화학공업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후 폭풍은 2년간 지속했고, 한국경제는 1976년에서야 비로소 정상을 되찾았다. 
4월 10일 이애리사ㆍ정현숙을 중심으로 한 여자탁구 대표팀이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개최된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구기 종목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그날 시상식에서 애국가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애국가 테이프를 가져가지 않았던 것이다. 세계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애국가 테이프를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남진, 3년 연속 최고 인기가수상 수상
<그대여 변치마오>ㆍ<그럴 수가 있나요> 히트
<그건 너>ㆍ<사랑의 진실> 포크 음악도 인기

시민회관 화재로 문화방송 10대 가수 청백전이 정동 문화체육관에서 열렸다. 10대 가수로는 남자가수에 남진ㆍ이상열ㆍ이용복ㆍ김상진ㆍ이현, 여자가수에 이미자ㆍ김상희ㆍ김세레나ㆍ문주란ㆍ하춘화가 선정됐다. 신인상은 한세일(남)과 이성애(여)가 수상했고, 남진이 1971년부터 3년 연속 최고 인기가수상을 수상했다. 
이 해에 크게 인기를 끈 남자가수 노래로는 <그대여 변치마오>ㆍ<젊은 초원>(남진), <사랑의 모닥불>ㆍ<마지막 편지>ㆍ<잊으라면 잊겠어요>(이용복), <잘 있어요>ㆍ<잊지마>(이현), <사랑과 우정>(이상열), <모정의 세월>(한세일), <흙에 살리라>(홍세민) 등이 있었다. 여자가수의 노래로는 <그럴 수가 있나요>(김추자), <사랑이여 다시한번>(패티김), <영암아리랑>ㆍ<쌓인 정>(하춘화), <사랑의 의지>(이수미), <기다리게 해놓고>ㆍ<자주색 가방>(방주연), <안녕하세요>(장미화) 등이 있었다. 번안곡 <아름다운 일요일>(문정선)과 <봄이 오면>(장미화)도 사랑을 받았다.  
<그건 너>(이장희), <사랑의 진실>ㆍ<작은 새>(어니언스), <화>(4월과 5월), <토요일 밤에>ㆍ<목장길 따라>(김세환), <새 색시 시집 가네>(이연실) 등의 포크음악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음 해에 불어올 ‘포크송 광풍’을 예고했다.

<그럴 수가 있나요>(김추자) 

1973년 김추자가 인기 정상에 오를 무렵 신중현을 떠나 김희갑과 함께한 곡이다. 후렴 부분은 김추자 본인이 직접 멜로디와 화음을 모두 노래하면서 김추자 보컬의 매력을 추가하기도 한다. 특이하게 가사를 하남궁이 썼는데 하낭궁은 하남석의 형으로 <음악은 흐르는데>(번안곡)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다. 
<그럴 수가 있나요>는 김희갑 곡 중에서 보기 드문 고고리듬의 곡이기도 한데, 김추자의 격정적인 춤과 함께 젊은층에게 폭발적으로 사랑 받았던 곡이다.

<모정의 세월>(한세일) 

신봉승이 작사하고 박정웅이 작곡한 <모정의 세월>은 1972년 동양방송(TBC) 텔레비전 드라마 <어머니>의 주제가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인기를 끈 이 드라마는 원래 나훈아가 주제가를 불렀다. 당시 “동지섣달 긴긴밤이∼”로 노래가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님 생각에 목이 잠기곤 했단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래를 빅히트시킨 가수는 1년 뒤에 이 노래를 다시 부른 한세일이다. 1973년 <산비둘기>로 데뷔한 한세일은 <모정의 세월>을 나훈아보다 더 잘 불렀다는 평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노래는 그의 대표곡이 되었을 정도로 크게 히트하며 그에게 문화방송(MBC) 신인 가수상을 안겨주었다. 

▲<모정의 세월>을 부른 한세일.

 

<그건 너>(이장희) 

콧수염 가수 이장희의 <그건 너>는 당대 청년 세대가 공감하는 젊은 어법과 분위기로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비가 오는 종로 거리를 우산도 안 받고 혼자 걷고, 종로에서 종일토록 공중전화 번호판과 씨름하다 그녀가 전화를 받으면 끊었다’는 내용의 노랫말은 70년대 청년 세대의 일상을 대변하는 솔직한 가사로 그해 최고 인기가요 중 한 곡이 되었다. 
1971년 <그 애와 나랑은>으로 데뷔한 이장희는 대표적인 자작곡 가수이다. <비의 나그네>(윤형주)ㆍ<애인>(송창식)ㆍ<좋은 걸 어떡해>(김세환)ㆍ<불 꺼진 창>(조영남)ㆍ<슬픔이여 안녕>(이숙)도 그가 작곡한 노래다. 이외에도 <한 잔의 추억>ㆍ<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의 노래로 1970년대 중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장희 <그건 너> 앨범.

 

장미화 <안녕하세요>

장미화는 1965년 한국방송(KBS) ‘가수 발굴 노래자랑 탑싱어 선발대회’ 대상을 수상하며 등장하는데, 이미 1964년부터 신중현이 결성한 ‘애드포’의 보컬로 미8군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1972년부터 솔로로 음반 활동을 하다가 1973년 발매한 <안녕하세요>가 히트하면서 이름을 크게 알린다. 장미화는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안녕하세요>는 장미화를 장미화답게 만드는 결정적인 노래가 된다. 같은 음반에 실린 <내 마음은 풍선>, 번안곡 <봄이 오면>도 함께 히트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현 <잘 있어요> 

이현은 ‘꽃미남’, ‘귀공자풍 가수’라는 별명 외에도 ‘장군의 아들’로도 유명했다. 부친은 ‘우리나라 군번 1번(번호 : 10001)’으로 초대 합참의장ㆍ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고(故) 이형근,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고(故) 이응준이다. 예비고사 원년 세대로, 예비고사 점수에 맞춰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69학번으로 입학했다. 이현은 원래 가수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단다. 그런데 당시 같은 과에 펄시스터즈의 배인순, 배성 등이 있었다. 이들처럼 음반을 내거나 연기를 하면 학과 실기 점수에 반영된다는 것을 알고는 무조건 음반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아버지도 처음엔 가수 활동을 반대하다가 결국은 졸업할 때까지만 하라고 승낙했다. <잘 있어요>ㆍ<잊지마>ㆍ<똑같애> 등의 노래로 70년대 중반까지 소녀팬들에게 크게 사랑받았다.

▲이현 <잘 있어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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