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상태바
비판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2.26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 8시57분, 한국방송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강원국의 말 같은 말’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강원국입니다. 회사 다닐 적에 엄한 상사가 계셨습니다. 그분께서 내게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당신은 내 문제점만 지적해줘 잘한다는 얘기는 할 필요 없어,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은 차고 넘쳐. 당신은 야당 역할만 해주면 돼. 저는 그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기탄없이 지적했습니다. 은근히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그분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네만 만나면 기분이 나쁘네, 사기가 떨어져, 자네가 싫어. 그때 알았습니다. 비판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 그분이 자신을 비판해달라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내가 남의 지적을 받아 드릴만큼 아량이 있고 민주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죠. 지적이 없으면 잘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속내를 헤아리지 못하고 실제로 지적질을 해댔으니 기분 좋을 리가 없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침묵하고만 있어야 할까요. 비판을 잘하면 됩니다. 비판을 잘하려면 우선 목적이 순수해야 합니다. 내 이득을 위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비판은 악담이나 인신공격에 다름아니죠. 비판 대상도 분명해야 합니다. 비판하려는 것이 사실의 오류인지 논리적 허점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또한, 합리적 근거를 갖고 비판해야 합니다. 대안 없는 비판은 곤란하지요. 비판은 근거가 풍부할수록 대안이 바람직할수록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비판 상대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세종대왕은 어떤 경우에도 틀렸다고 배척하는 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경의 말이 참으로 아름답소, 이렇게 일단 받아드린 후, 이건 이래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죠. 제가 이런 기술이 부족해서 그 엄한 상사를 오래 모실 수 없었습니다. 너를 만나면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들은 뒤 그 직장을 떠나야 했으니까요.” 이어 다른 목소리(해설) “마냥 쓴소리만 하면 기분 좋을 리가 있나요. 분명하게 합리적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인정하는 그런 비판이 아름답죠.” 지난 2월 17일 방송한 <비판Ⅰ>에 이어 19일 같은 시간에 <비판Ⅱ>, “안녕하세요. 강원국입니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비판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입니다. 서로 다른 게 섞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내야 하는 이 시대에 함께 섞이기 위해서는 상호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지금은 또한, 위기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위기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하고 그 요인도 복합적인데요. 별안간 닥칠 위기의 징후를 잡아내고 대비하려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입 닫고 있기보다 서로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갈등의 시대이기도 하죠, 갈수록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게 얽히고 갈등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푸는 길도 건강하고 생산적인 비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제와 공격,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비판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개개인이 주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매사에 문제의식을 갖고 권위에 맹종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다섯 단계로 말하면 됩니다. 첫째, 자신의 주장을 밝힙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둘째,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사례나 비유, 예사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것이지요. 셋째, 내 주장의 약점, 단점을 고백합니다. 자기 생각의 한계나 허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넷째, 상대 주장을 소개합니다, 나와 다르게 이렇게 주장 사람도 있다고 말합니다. 다섯째, 그 상대 주장을 평가합니다. 이러 이러한 점은 맞고 일리가 있지만 이런 점은 사실과 다르다던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의 주장과 내 주장을 합해 결론을 냅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어 또 해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건 건강한 비판, 묻어가지 말고 까칠하게 그러나 깍듯하게.”
지난 25일, 군의회 본회장에서는 7년여 만에 ‘군정 질의’를 했습니다. 참 오랜만이라 생경했습니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의원이 민의를 받아 집행하는 행정 수반에게 질문하는 일이 당연한 일인데 그 자체로 화제인 것도 생경합니다. 
앞에 소개한 ‘말 같은 말’을 승용차 안에서 들으며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 지역 실상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입 닫고, 공익보다 사익 챙기기 바쁘고, 남을 깎아내리고 상대를 무시하는 오만’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깨어야 있어야 하고 주체적이고 매사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권위에 맹종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찬동합니다. 우리 지역에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비판 문화가 뿌리내리기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