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달린다! 86년산 ‘포니 픽업’ 주인 김상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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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잘 달린다! 86년산 ‘포니 픽업’ 주인 김상욱 씨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2.26 17: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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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 쓸모 없어진 것에 마음이 가요”
“고치고, 다른 쓸모를 찾아내는 게 재밌어요. 심장이 뛰어요”
▲상욱씨가 애마, 포니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번호판도 36년 전 그대로다.

 

김상욱 씨의 가게 앞 골목에는 86년산 주홍빛 포니가 서있다. 문득 2020년에서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주인장 상욱 씨가 이 운명의 차를 만난 것은 2018년 쌍치에서였다. 방치된 포니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차체도 찌그러지고 바퀴도 빠지고 거의 고물에 가까운 차였다. 
“엔진상태를 보니, 안 굴러가겠더라고요. 제가 원래 차 정비하고 외형 복원하는 일을 해서 차를 알지요. 그 때는 그냥 왔는데, 마음이 설레더라고요. 이상하게요. 차 주인도 굴러가긴 했다고 하고요. 다시 연락이 왔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 차가 넘어가게 된 거예요. 고유번호가 순창에서 다른 지역으로 바뀌는 거지요. 그게 마음에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샀어요.”
그리고 상욱 씨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엔진 갈고, 타다 보면 고장 나고, 또 고치고 타다가 멈추면 또 손보고...... 지난 2년 동안 고치면서 차가 제 모습을 찾아갔어요. 이제는 잘 달려요. 고속도로도 달려요. 차를 가지고 나가면 사람들이 신기해서 쳐다봐요.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차를 세우고는 내력을 묻더라고요. 가게에 이 차 보러 오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냥 새 차 한 대 뽑으면 될 일을 상욱 씨는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차를 타고 싶을까?
“80년대는 차 자체가 별로 없기도 했고, 포니는 더 귀했지요. 90년대 이후 사라진 차죠. 80년대를 기억하는 차지요. 모델도 이것 하나뿐이고요. 이 차가 또 특이해요. 차대번호는 86년, 형식은 87년 건데, 등록은 88년도예요. 뭔가 사연이 있겠지요?”
상욱 씨는 포니를 보면, 자식 셋을 밭 한 뙈기 없이 키워 내려 온갖 고생을 하시던 어머니, 방황했던 사춘기 시절, 그리고 한 선생님을 만나고 마음을 다잡았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상욱 씨에게 항상 “넌 뭔가 할 놈이다!” 믿어주었던 선생님이다. 3월에는 그 선생님(당시 순창 제일고 최재화 선생님)의 초청으로 세종시 학생들 진로시간에 강사로 설 계획이다. 
“포니 타고 가려고요. 선생님의 초대기도 하고요, 포니의 첫 장거리 여행이라 더 의미 있습니다.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상욱 씨 마음을 끄는 것은 포니 뿐 아니다. 가게에는 그가 쓴 시, 병뚜껑으로 만든 작품들, 죽은 나무로 만든 인형들, 오래된 옛 농기구들이 즐비하다. 
“이상하게 제가 오래된 것, 쓸모가 없어진 것에 마음이 가요. 손을 봐서 고치고, 다른 쓸모를 찾아내고 그런 게 재밌어요. 심장이 뛰어요. 이 차를 고치면서 그랬어요. 잠도 못 자요. 다 안 된다고 했는데, 나도 안 될 줄 알았는데, 굴러가잖아요.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게 된 거죠.”
그 순간을 상욱 씨는 ‘시험에 든 순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순간, 이전의 자신과 결별해야 하는 순간을 그는 사랑한다. 위험하다고 느끼거나 겁이 나지는 않느냐고 묻자, 
“대처할 준비를 해야죠. 차에는 연장을 싣고 다니구요. 차가 서면 도움 받을 사람들이 있구요. 무엇보다 어디가 아픈가 계속 뜯어보고, 살피는 거죠. 한 번에 완벽한 건 없어요.”
차를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는 고개를 훼훼 젓는다. 
“몇 번이나 있었죠. 절대 못 팔아요. 벌써 많은 사람과 추억이 얽혀있어요. 그 사람들을 등지는 거예요.”
요즘 그의 소소한 꿈은 포니를 타고 전국을 다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86년산 포니가 한국의 어딘가를 다닌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일 것이다.
“나 아직도 달린다!”는, “나 여기 살아있다!”는. 

▲김상욱씨가 운영하는 순두부집 가게 곳곳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옛 물건들이 전시돼있다.
▲김상욱씨가 운영하는 순두부집 가게 곳곳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옛 물건들이 전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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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좀 2022-10-11 00:44:34
“나 아직도 달린다!”는, “나 여기 살아있다!”는. X
“나 아직도 달린다는!”, “나 여기 살아있다는!”. O
달린다는이 한 단어로 쓰이는 표현인데 어떻게 이게 맞나요? 저렇게 쓰는 게 맞을 경우 달린다 는 이렇게 띄어서 읽습니까? 아니면 달린!”다는 이래도 맞나요? 무조건 아래와 같이 써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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