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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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진 기자
  • 승인 2020.03.0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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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에 처음 왔을 때 이동 수단이라고는 튼튼한 두 발과 자전거뿐이었다. 어느 날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어머니가 바쁘니까 자전거라도 타고 와서 도와달라고 전화가 왔다. 약 15분가량 페달을 밟아 하우스에 도착하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일을 끝내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려니 죽을 맛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근 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에는 버스시간표조차 없었다. 
요즘도 면 지역 마을 취재를 마치고 귀사하려고 자동차에 올라서면 어르신들은 “기자 양반, 읍내로 가?”라며 “가는 길에 나 좀 읍내 아무 곳이나 내려줘, 병원을 가고 싶은데 버스가 없어서 가기가 힘들어”라고 말한다. 당연히 목적지까지 모셔 드린다. 어떤 때는 자동차 좌석이 부족해 모두 태우지 못할 때도 있다.
임순여객에서 제공하는 버스 노선도에는 마을 정류장이 상세히 제공되지 않아서 직접 몇몇 마을을 찾아다니며 버스 이용을 조사했었다. 마을마다 가지각색이지만 큰 마을은 대부분 2~3회 들어오고 면 소재지 인근 마을은 좀 더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2~3회 들어오는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은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읍내 터미널에서 2~3시간을 기다리다 귀가한다고 한다. 가끔은 아무런 사전 안내 없이 버스 시간표가 바뀌거나 아예 배차가 사라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한 어르신은 “원래 버스가 와야 할 시간에 안 오면 읍에 나가지도 못하고 혹여 버스가 올까 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해, 한참 기다리다 버스가 와서 물어보면 시간이 바뀌었다고 말해. 참 짜증이 많이 나지 누가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그 더운 날 꼼짝 못하고 기다리지는 않을텐데…, 시골 사는 게… 어쩔 수 없지”라며 한숨을 쉰다. 
전남 신안군은 전국 최초 버스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2013년 1월 15일 신안군과 신안여객 간 군내버스 노선 양도·양수 협약을 체결하고 버스 구입(3대, 1억8300만원) 등 준비단계를 거쳐 압해도 20개 마을에 공영버스를 운행해 주민 4100여명이 대중교통 이용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2007년에는 임자도, 2008년에는 하의도, 2009년에는 안좌도에서 버스공영화를 했다고 한다.
신안군은 버스 공영화를 위해 2008년~2012년까지 76억원을 투자했고, 한 해 20억원의 인건비, 유류비, 차량유지비 등을 공영버스운영협의회에 지원한다. 신안군도 과거에는 수익성 위주로 운영하며 중복 노선, 굴곡 노선, 불규칙 배차, 불합리한 노선체계, 잦은 운행 중단 등 주민들이 군내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하지만 공영화되면서 노선을 재편성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여 주민 편익은 물론이고, 버스회사 운영진의 적자 핑계 등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던 버스 운전기사 40명도 기간제근로자 신분이 되었다.
순창군은 예산 문제 등을 들며 버스공영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시에 살다 시골에 와서 가장 불편한 것은 문화, 유흥 욕구보다 교통 문제였다. 하루빨리 더 나은 교통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교통 불편이 해소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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