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95)/ ‘잘 살다’와 ‘잘살다’는 어떤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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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95)/ ‘잘 살다’와 ‘잘살다’는 어떤 차이?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20.03.04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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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잘 살다 → 꾸밈관계, ‘잘 지내다’
잘살다 → 합성어, ‘부유하게 산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잘 못’하는 것도 많고, ‘잘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예문의 ‘잘 못’과 ‘잘못’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잘 못하다’는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거나 할 능력이 없다'란 뜻을 나타낼 때 쓰는 ‘못하다’에 부사 ‘잘’을 써 ‘잘하지 못하다’란 뜻을 나타내므로 띄어 써야 한다. 
“공부를 잘 못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잘못하다’는 ‘잘못’에 ‘-하다’를 붙여 ‘틀리거나 그릇되게 하다’, ‘적당하지 아니하게 하다’란 뜻을 나타낸다.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요즘 같은 때에는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처럼 쓰인다.
‘잘 살다’와 ‘잘살다’의 차이도 흥미롭다. ‘잘 살다’는 “그동안 잘 살았어?”처럼 ‘잘 지내다’의 뜻이며 “돈 걱정 없이 잘살았지”와 같이 ‘잘살다’는 ‘부유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모두 띄어쓰기에 따라 그 뜻을 달리한다. 
핵심은 단어와 단어가 합쳐져 무언가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는지 아닌지, 다시 말해 합성어인지 단순히 꾸밈 관계인지를 구분하는 것에 있다.
우선 ‘잘 살다’와 ‘잘살다’를 어떻게 구별할까? “그는 마음을 다잡고 잘 살고 있다”, “병이 깊어 잘 살아봐야 1년이다” 이런 데 쓰인 ‘잘 살다’는 잘 지낸다는 뜻이다. ‘살아가는 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비해 ‘잘살다’는 재물이 많다, 즉 부유하게 산다는 뜻이다. ‘잘’과 ‘살다’가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담았다. “잘살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처럼 쓴다.
같은 방식으로 ‘못살다’와 ‘못 살다’를 구별해 보자. 합성어 ‘못살다’는 두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잘살다’의 반대, 즉 가난하게 산다는 뜻이다. “못사는 형편에 낭비해선 안 된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성가셔서 견디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쓴다. “억울해서 못살겠다”가 그 예다.
그러면 띄어 써야 할 때는 언제일까?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면 오래 못 산다”처럼 글자 그대로 삶을 나타내는 말을 할 때는 띄어 쓴다.
‘잘하다’와 ‘잘 하다’도 같은 요령이다. ‘잘하다’는 단순히 행위를 뜻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의미, 가령 ‘훌륭하다’란 뜻을 더한 말이다. “그 아이는 공부를 잘해”라는 예문에서 이 말의 쓰임새를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잘 하다’는 “그는 요즘 새로운 각오로 공부를 잘 하고 있다” 같은 데 쓰인다. 아무 탈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못하다’와 ‘못 하다’도 자연스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노래를 못해” 같은 데서는 ‘못하다’이다. 합성어로서 능력이 없거나,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않는다는 새로운 의미를 띤다. ‘못 하다’와 비교해 보면 분명히 구별된다. “그날 시간이 없어 노래를 못 해 아쉬웠다”, “미안해서 차마 말을 못 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다” 처럼 단순히 ‘행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하다’의 반대말로 쓰일 때는 띄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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