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위정/ 자기 맘대로 해 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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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위정/ 자기 맘대로 해 버리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3.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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各自爲政(각각 각, 스스로 자, 할 위, 정사 정)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9

제각기 자기 생각대로만 일하다. 《좌전(左傳)》 선공(宣公)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분이, 훌륭하신 그분이 돌아가셨다. 3남 2녀 5남매는 상(喪)을 치르고, 장례비 등 지출을 정산한 뒤 남아 있는 돈이 얼마인가에 눈길이 쏠려 있었다. 이윽고 큰 아들이 일어났다.
“부조명단을 보니 내 손님이 많더군. 장남으로서 앞으로 제사도 지내야 하니 남은 부조금은 내가 챙기는 게 맞지 않냐?”
형제자매들, 특히 작은 며느리들과 사위들의 입이 나온 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얼마 후 사단(事端)이 났다. 큰 아들이 아버지가 남긴 거액재산을 많이 챙겨 가져가는 것으로 하여 내놓은 땅 상속 문서에 동생들이 도장을 눌러주지 않은 것이다. 첫 제삿날 큰 아들과 큰 며느리의 목소리가 대문 밖으로 터져 나오고 동생들의 대꾸소리도 커졌다. 큰 아들의 탐욕과 그의 동생들 불만이 쌓인 결과다. 각자 자기 맘대로 하려드니 먹칠을 당한 것은 고인의 얼굴이었다. 일가들과 이웃들이 듣고 한탄하였다. “고인은 훌륭하신 분이셨는데…, 어휴, 자식 농사는 잘못 지셨네.” 
중국 춘추시대, 초(楚) 장왕(莊王)은 송(宋)과 진(晉)나라가 서로 협력하는 것에 화가 나 자신의 동맹국이었던 정(鄭)나라에게 송을 치게 하였다. 이때 송의 대장 화원(華元)이 결전을 앞두고 군사들의 사기를 충전시키기 위해 특별히 양고기를 지급하였다. 군사들은 모두 기뻐하며 지급된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만, 화원의 마차를 모는 양짐(羊斟)만은 이 고기를 먹지 못하였다. 한 부장이 양짐에게 고기를 주지 않는 까닭을 묻자 화원이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마차부는 전쟁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 마차를 모는 사람에게까지 양고기를 먹일 필요는 없다. 내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게.” 
다음날 두 나라의 군대 간에 접전이 시작되고, 화원은 양짐이 모는 마차를 타고 군대를 지휘했다. 두 나라의 군사가 치열한 전투를 했지만 쉽사리 승패가 결정되지 않자 화원이 양짐에게 명령하였다. “마차를 적의 병력이 허술한 오른쪽으로 돌려라.” 그러나 양짐은 적의 군사가 밀집해 있는 왼쪽으로 마차를 몰았다. 이에 당황한 화원이 반대로 방향을 돌리라고 소리쳤다. 
“어제 양고기를 군사들에게 먹인 것은 장군의 판단에 따라 한 일이지만, 오늘의 이 일은 저의 생각대로 할 것입니다.” 양짐이 곧바로 정나라 군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마차를 몰았다. 결국 화원은 적의 포로가 되었고 이를 본 군사들이 전의를 잃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두고 지휘자 화원이 생각을 잘못하여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에게 재앙을 끼친 것이라고 나무라면서도, 양짐이 사적인 서운함 때문에 나라를 패망케 한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탓하였다. 
화원과 양짐이 이처럼 각자의 뜻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고사에서 이 성어가 유래되었다. 전체와 조화를 이루거나 타인과 협력하지 않고는 어려움을 잘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뜻이 담기게 되었다. 오늘 날에 이르러 이 성어는 현실정치나 일부 기업조직의 몰지각한 행동을 개탄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목표도 방향도 확실하게 맞다. 근데 들어보면, 한 사람은 자신의 뜻과 맞다고 하며 찬성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틀리다 하며 반대를 하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건지, 그냥 밀어 부쳐버리는 건지, 도통. 뭔 짓을 해서라도 정권만은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불타있다. 선당후국(先黨後國)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리는데…, 그럴 리야? 이전투구하며 아슬아슬하게 각자위정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저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잘하고 있는지? 누가 잘 못하고 있는지? 지금, 휘둘릴 것도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다. 기회가 올 때 판단해주면 될 일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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