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눈’으로만 보고 온 국외연수 결과는 ‘짜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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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신문/ ‘눈’으로만 보고 온 국외연수 결과는 ‘짜깁기’
  • 이현경·오정빈 기자
  • 승인 2020.03.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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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ㆍ기관섭외 없이 한 옥천군 공무원 국외 벤치마킹
‘짜깁기’ 한 결과보고서, 41개 보고서 평균 표절율 23%

‘눈’으로만 보고 온 국외연수는 ‘복붙’을 낳았다.
통역사 없이 진행된 공무원 국외 벤치마킹은 관계기관 섭외 없이 현장을 눈에 담는 수준에 그쳤다. 연간 평균 6천만원 예산을 지원해 배낭여행을 보낸 준 꼴이다. 더 큰 문제는 결과보고서에 드러난다. 유사한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나 논문 등을 ‘복붙(복사붙이기)’한 게 확인됐다.
옥천신문이 2012년~2019년 공무원 국외 벤치마킹 결과 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한 결과 토씨 하나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문장이 다량 포함된 결과보고서가 다수 확인됐다. 심지어 사진자료까지 그대로 베껴와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현장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베껴 쓴 보고서는 허위보고라는 비판이 따른다. 더욱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착각이 들게끔 만든 것은 ‘의도성이 다분한 것’으로 징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군 차원 특별감사팀을 꾸려 전수 조사해 엉터리 보고서를 가려내 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2건 중 ‘관계자’ 만난 벤치마킹 10건
… 10건 중 절반은 정책 질의 없어

2012년 시작한 공무원 국외 벤치마킹은 지난해까지 모두 42개팀(총예산 약 4억5천여만원)을 배출했다. 1팀당 지원된 예산은 평균 1천70여만원이다. 대개 국외 벤치마킹은 유럽 국가에 집중됐다.
옥천신문이 정보공개 청구로 42개팀 국외 벤치마킹 귀국 보고서를 받아 확인한 결과 42개팀 중 10개팀만이 현장에서 ‘관계자’를 만났다. 이중 2017년에 진행한 ‘자연공존팀’ 귀국보고서는 전산상 서류가 남아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관계자’ 언급도 없는 32건의 귀국 보고서는 백과사전식 정보의 나열에 불과했다. 굳이 유럽까지 갈 필요가 없었던 것. 관계자를 만나지 못한 채 현장 사진을 여럿 담은 보고서도 있지만 눈으로 보는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가져오지 못했다.
가령 2017년 인구밀집지역 보행자 우선 도로체계를 살펴보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던 ‘가보자팀’은 거리에 설치된 자전거대여소 등을 보고 오는 수준에서 그쳤다. 직접 티켓을 끊고 자전거를 이용했지만 정책이 시작된 배경과 예산, 법적 근거 등 정책적인 내용은 전혀 담지 못했다. 사전에 관계 기관 섭외가 없었던 탓이다. 이 같은 벤치마킹 사례가 32건(약 76%)이다.
관계자와의 만남이 보고서에 ‘언급’됐거나 ‘사진’으로 남아있는 귀국 보고서는 10건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중 5건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 혹은 가이드 투어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18년 독일체코 선진 치매예방관리사업을 보러간 경우 관계 기관을 방문해 외국인들과 찍은 사진은 존재한다. 하지만 귀국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들로 채워졌다. ‘(독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6.3%에서 2010년 20%로 지속적인 증가추세’ 등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가 있다. 관계자와 만남이 사진으로 남았지만 구체적인 정책 입안 과정과 예산, 담당자 이름 등은 나와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42건의 보고서 중 37건(약 88%)의 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 표절검사서비스(카피킬러) 시스템에 적용해 본 결과 41건(전산상 남아있지 않은 귀국보고서 1건 제외)의 보고서는 평균 표절률이 약23%로 집계됐다. 표절률은 보고서에 나온 문장 중 연속적으로 6개 어절 이상 사용했을 때 표절로 보고 전체 문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 수치다.엉터리 보고서가 만들어진 데는 계획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옥천군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평가 기준에 방문기관 사전협의는 의무사안이 아니기 때문. 계획서 평가 때 ‘관공서 등 공식방문 계획’ 비중은 100점 만점 중 7점에 불과하다. ‘계획’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실제 일정에서 관공서 방문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는 허점도 있다.
서울시는 다르다. 공무국외출장 업무 안내 매뉴얼에 따라 △1일 2기관(출장 목적에 부합하는 기관) 이상 방문 △방문기관 사전협의 △방문기관 면담자 정보와 기관 현황 등 계획 단계부터 상세한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서울시 인력개발과 오현석 담당자는 “메뉴얼에 따라 사전에 계획되지 않으면 연수 허가를 낼 수 없다”며 “단순히 시설을 보러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담당자와 면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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