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레/ 코로나19에 대구로 달려간 ‘노동자들의 의사’ 백도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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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레/ 코로나19에 대구로 달려간 ‘노동자들의 의사’ 백도명 교수
  • 강재구 기자
  • 승인 2020.03.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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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백혈병·가습기 살균제 문제 앞장 서 고발
“보건학의 원칙 감염현장에서 확인하고 싶다”

 

“워낙 크게 코로나19가 확산하니 저라도 가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년 퇴임을 앞둔 노교수가 멋쩍은 듯 말했다. 석면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등 노동과 환경·보건 분야에서 항상 앞장서 문제 제기를 해온 백도명(64)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다. 백 교수는 지난달 말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경인의협)가 대구 코로나19 진료봉사에 자원할 의료진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리자마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지난 8일 대구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의료 봉사를 했다.
백 교수가 봉사에 참여한 선별진료소는 대경인의협 의사들이 정부의 허가를 받고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2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소 운영을 맡은 김동은 대경인의협 기획국장은 “감염 우려로 아무도 대구에 오지 않으려 할 때 늘 어려운 사람을 대변해주신 원로 교수님이 직접 대구에 오시겠다고 해서 놀랐다”며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검사 받으러 온 시민들을 문진하고 따뜻하게 위로하시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노동자들의 의사’라고 불린다. 2009년 삼성전자 쪽 의뢰로 공장 내 역학조사를 거쳐 ‘반도체 사업장 내 화학물질 노출평가 자문 보고서’를 작성한 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2012년에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때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환경보건학회 소속 학자들과 함께 피해 조사에 나서 6개월 동안 피해 사례 95건을 모아 발표했다. 이런 노력 끝에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백 교수는 진료봉사 현장에서 보건학자로서 감염현장 연구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발생, 확산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 대안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보건학인데 보건학의 원칙에서 봤을 때 어떠한 점들이 미비한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역작용으로 취약계층의 소외를 우려하며 ‘사회적 관계맺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백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율적으로 작용하려면 타인의 건강을 배려하고 자신의 역할을 따르겠다는 배려와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서로가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고 그에 따라 상대도 같이 행동해 줄 것이라는, 사회적 관계맺기가 거리두기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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