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났다. 선거법 고쳐야 한다
상태바
선거 끝났다. 선거법 고쳐야 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4.16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이 끝났다. 선거 분위기는 ‘젬병’이었는데 결과는 ‘터미네이터’하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안과 자제의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정치적 쟁점도 유세 열기도 없는 참으로 이상한 선거였다. 암울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부터 민주ㆍ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 ‘몰표’를 주며 한국민주주의를 지켜온 호남 지역은 또 푸른색으로 도배했다. 오직 한 곳 순창ㆍ임실ㆍ남원 선거구에서만 무소속 이용호 후보를 당선시켰다. 그도 ‘문재인 대통령을 더 잘 도울, 일 잘하는 국회의원’을 표방했으니, 더불어민주당 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심판’한 결과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부터 101년된 2020년 총선에서도 동ㆍ서 색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선거제도로 새로운 정치지형이 펼쳐지기를 기대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아쉬웠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거대 양당이 과다 대표하는 국회는 바뀌지 않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것을 ‘1도’ 예상하지 못해 양당 과점 구도와 지역주의를 더욱 강화한 결과를 부른 꼴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 변화는 국민의 삶을 좌우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 진영은 패싸움을 시작했다. 지독한 ‘내로남불’를 반복하며 무엇이 진실인지 감췄다. 때론 온통 거짓말 덩어리를 믿으라고 강요하고, 분열과 증오를 양산하는 어둠의 정치에 눈 감으라고 억지 부렸다. 거창한 구호로 진실을 파묻고, 극단적 이념을 내세우며 증오를 부추겼다.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국민을 선거판에서 몰아내고 ‘지들 정치’만 하려는 듯 끈질겼다. 
그러나 국민은 속지 않았다. ‘오만하고 저질인 최악의 정치꾼’을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
선거 결과를 보며, 거대 정당 안에는 여전히 식민ㆍ냉전ㆍ독재 권력에 기생해온 정치인이 다수 살아남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당선자 명단에는 한 번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친일과 독재의 후예들이 섞여 있다. 퇴장시킬 기회였는데 뿌리 깊은 ‘텃밭’ 지지로 또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 어떤 정당에 어떤 인물이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악취를 풍기고 있는지 더 치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기득권 정치계급을 보호하는 승자독식 선거법이 또 통했지만, 수구ㆍ보수 과두 지배 체제를 허물어야 나라가 발전한다.
한국 정당과 정치인들은 ‘보수’ 아니면 ‘진보’라고 자칭하지만, 실상은 수구와 보수 과두(寡頭) 형세다. 이번 총선에서의 공약만 봐도 확연하다. 보수당끼리 경쟁하는 미국에서조차 ‘공립대 무상교육, 무상보육, 대학생 부채 탕감, 부유세 도입’ 등을 공약하는데 한국 총선에서는 이런 공약을 볼 수 없다. 우경화된 정치지형이 문제의 근원이다.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로 정권을 교체해도 변하지 않는 이유도 수구 정당과 진보 아닌 보수 정당의 과도한 과점 때문이다. 정치지형을 왼쪽으로 옮기지 못하면 과두 형세를 깰 수 없다.
지역주의를 끊는 선거에 또, 실패했다. 1970년대 박정희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쓰라린 상처다. 민주주의 왜곡의 주범인 지역주의를 깨부숴야 한다. 미래통합당이 시작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꼼수는 극단적 진영대결을 불렀고, 지역주의 강화로 이어졌다. 선거 판세를 보여주는 지도에서 호남에 붉은색 정당이 없는 것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영남 지도에 푸른색 정당이 간간이 박혀 있는 것은 지역주의에 맞서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의 요구에 진심으로 다가선 결과다. 
선거는 끝났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이 무려 180명이다. 그런데 “새 국회는 이미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하고 있다”라는 비관이 나온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비례성을 높이고, 비례성이 높아져야 다당제가 정착하고 다당제가 정착해야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가 깨진다”면서 “양당 체제로는 정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의한다. 선거법을 고쳐 ‘인간 존엄을 구현하는 성숙한 민주공화국, 미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진 생태국가’에서 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