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세계 여성의 역사-로잘린드 마일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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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세계 여성의 역사-로잘린드 마일스 저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4.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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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가 지워버린 가장 거대한 집단 ‘여성’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한 번도 ‘등불을 든 여인’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그녀는 ‘망치를 든 여인’으로 불렸는데, 조국의 국민에게 전하기에는 그 이미지가 지나치게 거칠다는 이유로 <타임스>의 종군기자가 수완을 발휘해 수정을 가했다. 그러나 나이팅게일의 별명은 램프를 높이 치켜들고 병원을 돌아다녀서 생긴 것이 아니라, 군의 지휘관이 필요한 의약품을 주지 않자 잠겨 있는 의약품 저장실을 과감하게 공격한 덕분에 생긴 것이었다. - 머리말 중에서
역사 이래 남성과 여성의 역사는 불평등의 연속이었다. 남성에게는 당연했지만, 여성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은 수없이 많았다. 조선시대만 해도 여성은 남성이 옭아맨 가혹한 족쇄에 의해 부자유스러운 삶을 살았다. 삼종지도 (三從之道)나 열녀문 등은 대표적인 남성우월주의에 의한 풍속들이다. 
여성의 투표권만 해도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획득한 것은 20세기 초에 불과했다.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되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21세기에도 여전히 남성우월주의는 완전하게 타파하지 못했다. 여전히 조직에서 리더그룹은 남성들의 전유물이며,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는 여성이 독박을 쓰거나 무게중심이 여성에게 쏠려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이 표면 위로 분출하고 있다. 
로잘린드 마일스가 펴낸 책 ‘세계 여성의 역사’는 이러한 인식 위에서 출발했다. 특히 남성우월주의에 따라 왜곡되거나 공백으로 남은 여성의 역사적인 틈새를 찾아가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남성 중심의 역사가 애써 주목하려 하지 않았던 여성, 그러나 인류의 절반을 지탱해온 여성의 역사에 대한 정리의 필요성에 주목한다. 
책은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그렇다면 다른 여성들은 어디 있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남성에 의해 왜곡되거나 부정된 여성의 역사를 ‘인류를 지탱해온 위대한 절반의 사라진 흔적을 찾아서’라는 부제 속에 녹여내고자 했다. 
책에는 여성의 역사가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최초의 여성’, ‘위대한 여신’, ‘여성의 일’, ‘혁명 거대한 동력’, ‘시대의 딸’ 등의 제목으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해간 여성들의 역사가 펼쳐진다. 저자는 최초의 여성은 위대한 여신이었음을 밝히는 한편 ‘남성들의 수렵’이 아니라 ‘여성들의 채집’이 고대의 인류가 생계를 꾸려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제시한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남근’의 역할을 깨달은 남성들이 차츰 여신과 여왕을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하며 남성의 모습을 한 ‘신’을 만들고, 종교의 탈을 쓴 가부장을 확립했다고 저술한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신대륙 이주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여성들의 삶은 가혹한 노동의 연속이었으며, 그런 현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역사의 진보를 외면하지 않았고, 행동주의로 맞섰다고 전한다. 거리에서 꽃 파는 소녀와 시장통의 아낙들, 매춘부들, 부르주아 여성 등 다양한 계급의 ‘여성’들이 프랑스 혁명에 앞장섰다. 특히 저자는 여성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도 적극적이었음을 돌아본다. 시민권,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길고 끈질긴 투쟁 끝에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는 것. 
그러나 저자는 책이 ‘페미니즘’의 역사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휴머니즘의 이름으로, 여성이 ‘세계사에서 학대받았고 아직도 고통받는 가장 거대한 집단’임을 낱낱이, 생생하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입증하며 이 책이야말로 ‘여성의 역사’라고 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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