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경천산책로를 따라 달리기를 하다 보니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맑은 공기와 멋진 밤하늘이 기쁨을 주었다.
그렇게 달려 군청쯤 왔을 때 ‘공사중’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차도로 발길을 옮겨 뛰었다.
그런데 며칠 뒤 사무실에서 “거기(내가 봤던 공사장) 인도를 막아놓고 임시 인도도 없이 그렇게 공사하는 것이 맞냐”면서 “오늘 운전하고 오는데 사람은 당연히 피하겠지만 함께 산책하던 강아지가 튀어나와 큰일 날 뻔 했다”고 말했다.
군청 담당부서에 갔다. 담당자는 안전을 위해서 현장에 이야기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오늘, 내일 중으로 임시 인도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찾아갔다. 마침 현장 관리자가 있어 왜 임시 인도를 설치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한꺼번에 하기 어려워 단계적으로 설치하려고 한다” 답변했다. 궁색해 보였다. 일단 인도를 막고 공사를 시작했으면 지나다니는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임시 인도를 설치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다음날 혹시하는 마음에 그곳을 갔다. 임시 인도가 만들어졌다. 현장에 몇 마디 지적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현장 관리자 말대로 계획에 따라 설치했는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 현장을 찾아가 따지지 않으면 안전시설 설치하지 않고 너저분하고 위험한 상태에서 공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이런 일을 겪고 위험한 공사 현장이 한두 곳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군내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순창여중 앞 도로 확장공사는 이미 <열린순창>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 여전히 부직포 한 장 찾아볼 수 없고 자재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동계면 추동마을 근처에도 꽤 오랜 기간 진행 중인 공사장이 있다. 이 현장은 차도와 인도를 구분 지어놓아 사람이 다닐 길은 있지만, 현상은 이곳이 ‘사람이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곳인가?’ 생각하게 한다. 이곳도 순창여중 앞 도로공사 현장처럼 부직포 한 장 깔려있지 않고 길가 이곳저곳이 움푹 파여 그냥 걷기에는 매우 위험해보였다. 특히 도로 옆 암벽에는 그물망이 없는 곳이 많아 혹여나 떨어지는 돌에 행인이 맞는 사고가 날까 걱정되었다.
직접 보지 못한 공사 현장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곳이 주민들 안전을 무시하고 그저 업자 이익과 공사 편의만 위해 시공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관리비 아끼자고 주민들 안전을 담보로 외줄타기하는 시공업체도 문제지만 행정이 괘씸하다. 관리 권한이 있는 그들은 하루면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을 왜 머뭇거리는가. 군민 안전이 그리 만만한가. 군민들이 만만하게 보인 데는 주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만약 도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깨어있는 시민들 등쌀에 행정이나 시공업체가 이렇듯 무성의하지도 무시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 별로 안 불편하니까, 귀찮아서… 핑계를 대고 방치하면 앞으로도 이런 행태는 계속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호구가 되지 말자. 주민들이 안전한 삶터를 위해 쌍심지 켜고 달려들어야 바뀐다.
저작권자 © 열린순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