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98)/ 유권자는 ‘당선자’를 원할까 ‘당선인’을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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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98)/ 유권자는 ‘당선자’를 원할까 ‘당선인’을 원할까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20.05.14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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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 
4ㆍ15총선이 끝나고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다해가고 있다. 21대 국회를 앞둔 시점에서, 또다시 소모적인 정쟁과 민심을 져버리는 3류 정치의 재탕, 삼탕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후보들은 민의를 섬기는 참 일꾼, 심지어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외치면서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고, 유권자들은 정치꾼이 아닌 지역의 일꾼과 나라에 이바지할 선량이 누구인지 옥석을 가려냈다.
참 일꾼과 국민의 머슴을 곱씹다 보니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유권자는 그대로인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우리말에 당선자 대신 당선인이 등장하더니 당선인이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어찌 됐건 더 익숙한 건 ‘당선자’다. 말의 흐름으로는 유권자와 함께 당선자로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후보들은 ‘○○○당선인’의 신분으로 당선사례 현수막을 대로변 곳곳에 내걸고 ‘유권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언론매체도 앞다퉈 어느 지역구 ‘○○○당선인’과의 인터뷰 등을 소개하기 바쁘다. 
우리말에 ‘당선인’ 등장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2007년에 치러진 12대 대통령선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가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고 하면서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으로 돼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당시 ‘당선인’으로 고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상위 법률인 헌법엔 ‘당선자’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 인(人)’을 붙이면 ‘놈 자(者)’보다 격이 높아 보인다는 권위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논란을 무릅쓰면서 결국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호칭이 언론매체에 주류를 이뤘다. 이후 두 낱말을 자유롭게 쓰다 자연스레 ‘당선자’ 대신 ‘당선인’으로 쓰이고 있다. 
물론 표준국어대사전엔 두 단어가 같은 말로 올라 있다. ‘당선자’라고 하든 ‘당선인’이라고 하든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자’와 ‘~인’은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사다. 중개인ㆍ중개자처럼 같은 의미의 말로 섞어 쓸 때가 많다. 
물론 ‘~자’를 붙인다고 해서 특별히 얕잡아 보이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에도 붙지만 기자·학자에서 보듯 ‘~자’에 특별히 비하의 뜻이 담긴 게 아니다. 다만 장애 등 특정 어휘에 붙으면 낮춰 부르는 말로 인식되며 인권 존중 차원에서 ‘장애인’이 공식 용어로 자리 잡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마당에 당선자ㆍ당선인을 두고 괜한 시비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엄연히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우리말이다. 유권자가 유권인이 아닌 마당에 굳이 당선자 대신 당선인이라는 신조어를 달고 나왔다면, 그 격조를 살려 위상도 높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땅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직업의 부동의 1위가 하면 국회의원이란다. 국민의 머슴까지는 아니더라도 삼류에서 벗어나려는 최소한의 몸부림만으로도 이미 유권자들은 충분히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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