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유환/ 믿는 도끼에 발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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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유환/ 믿는 도끼에 발등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5.14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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養虎遺患 (기를 양, 범 호, 남길 유, 근심 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12

《사기》항우본기에 나온다. 호랑이를 길러서 근심을 가진다.

ㅇ는 그의 상관이었던 ㅂ과 각별하였다. 당시 정치권과 연고가 깊은 ㅂ은 대학 후배라는 이유로 ㅇ을 남달리 총애하여 인사철이 될 때마다 힘을 써 요직을 차지하게 하였다. 세월이 흘러 ㅇ는 여당시절 국회의원이 되었고, 정권이 바뀌어 이제는 야당 중진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앞에 나타난 과제는 옛 은인으로서 총리후보가 된 ㅂ의 청문회에서 그를 공격하는 일이었다.
그가 ㅂ에 대한 나쁜 자료들을 모아 송곳 같은 질문을 해대니 급기야 ㅂ이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ㅂ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일생의 가장 큰 실수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다니. 호랑이를 잘못 길렀다.” 
나중에 ‘너무한 거 아냐?’하고 핀잔하는 친구에게 ㅇ은 이렇게 말했다. 
“맞아, 그분이 나한테 양호유환당한 거야. 난 그때 두 가지를 생각했지. 그분의 도움이 컸지만 내가 갖은 아부를 한 대가였다는 거, 그때의 나의 모습이 지금도 싫어. 그리고 하나는 차기 공천 때문에 당(黨)을 거스르지 못한 것도 있다고 봐야겠지. 결국 나를 위한 거지만∼.” 

진시황이 죽고 각지에서 봉기가 일어나더니 결국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다투게 되었다. 초한전이 시작된 것이다. 각기 대군을 거느리고 진나라를 공격할 때 유방이 먼저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공격했다. 항우는 이에 불복하여 유방을 공격하려 했다. 그때 유방은 군사가 적어서 응전도 못하고 지방으로 물러났다.
나중에 유방이 세력을 키워 점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었다. 이러한 때에 유방이 항우에게 사로잡혀 있던 부친과 부인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항우는 천하를 양분하여 홍구(鴻口)로부터 서쪽을 한의 영토로, 동쪽을 초의 영토로 하자고 제안하여 조약을 맺고 유방의 가족을 돌려보냈다.
항우가 마침내 병력을 이끌고 동쪽으로 갔고, 유방도 서쪽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이때 장량과 진평이 나섰다.
“현재 주공이 천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고, 제후들과 인심도 모두 주공 편입니다. 그러나 초의 군대는 지쳤고 식량도 떨어져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초를 멸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만일 지금 초를 괴멸시키지 않으면 정말로 호랑이를 길러 그에게 도리어 해를 입는 격이 될 것입니다.”
유방은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약속을 어기고 군대를 몰아 추격에 나서고 한신과 팽월에게 명하여 협공을 하니, 대패한 항우는 결국 오강(烏江)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내 밥 먹은 개가 내 뒤축을 문다. 아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등등의 우리 속담들이 이 성어의 뜻이다. 
제게서 도움을 받은 자가 후에 도리어 자기를 해롭게 하고 손해를 끼친다는 말이다. 
양호이환(養虎貽患)이라고도 하는 이 성어는 일찍 제거해야 할 것을 그대로 두어 두고두고 불안의 씨를 남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항우가 유방의 가신들을 좀 더 주의하였더라면 그런 곤란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거라며, 항상 뒷일을 조심하고 다시한번 생각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어서 항우의 우매함을 탄식하고 장량과 진평의 능력을 칭찬한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사내끼리 맺은 조약을 헌신짝처럼 버린 유방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를 풍자하는데 쓰이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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