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면 여성이장 4분, "이장 리더쉽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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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면 여성이장 4분, "이장 리더쉽 여기에"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6.04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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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님(묘동) 김점옥(평남) 박연옥(태자) 양의정(지내)’

순창군 11개 읍ㆍ면 310개 마을 가운데 29개 마을이 여성 이장이다. 9.3%이다. “여자가 무슨 이장이야” 하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5년 전 6%에 비해 3%가 증가된 수치다.
적성면은 유독 여성 이장 비율이 높다. 적성 4개 마을 여성 이장들이 작은 좌담을 했다. 장소는 카페 ‘배롱’. 한 마을 이장님만 빼고 모두 여성 이장 1호였다. 평남마을 김점옥 이장님은 8년째고 세분 이장님은 2년 미만이다. 자발적으로 이장이 된 분은 없다. 마을에서 권해서, 할 사람이 없어서 등 이유로 이장을 맡았다. 젊은 사람이 있는 마을도 있지만. 직장을 다니거나 마을 일을 할 겨를은 없는 처지인 주민이 태반인 마을 실정 탓이다.  

‘어르신 살피기 더 좋은 것 같아’

여성 이장으로서 어려움은 무얼까? “풀베기 등 예초기 같은 거 직접 못해 좀 아쉽지요. 그래도 갈퀴질 하고 풀 뽑는 일은 같이하지요.” “여자 이장이 남자보다 더 좋은 거 같아. 동네일은 여자들이 더 잘 챙겨. 모종하는데 수박이라도 쪼개서 가고,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가. 남자들은 못 그래.” 
“영세민, 차상위계층 이런 사람들 세세하게 챙겨주고. 자꾸 가서 어떤지 살펴봐야 하고.”
김강림 이장은 새벽부터 이 어르신들을 태우고 목욕탕 가고 관공서를 다닌다. 지난 한 달은 재난기본소득 때문에 더 바빴다. “할머니들은 택시 부르는 천원도 아까워요. 관공서도 아직 문턱이 높고요. 지렁이 글씨라도 잘 쓰시던 할머니가 관공서에 가면 안 써져요. 내가 같이 가야지.” 어르신들 마음까지 헤아린다. “글씨 몰라도 어르신 자존심이 세시지요. 글씨 쓸 일 있으면 내가 나서요, 직원들이 바쁘다니까 제가 쓸게요. 동그라미만 쳐요! 그렇게 말해요.”
힘들지 않은지 묻자 “잘해주세요. 죽만 끓여도, 고구마만 삶아도 오라고 해요. 보건소장님 오셔서 할머니들 마스크를 줬는데 우리 이장 거 안 주냐고. 내 것까지 타서 가져오셨어요. 친구여 친구!!” 이장 편드는 마을 어르신을 생각하는 듯 호탕하게 웃는다. 

공동급식, 농지원부 살펴줘

이장으로서 가장 보람이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모두 공동급식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일도 못 하는 어르신들 밥 챙겨드리는 것도 좋지요. 11시 반이면 다 오셔서 밥 드시고 노시죠. 공동급식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하면 참 좋아요.” “다 오시니까 좋아. 집에 누웠다가도 오셔.” “암. 다 나오셔.”
마을 구석구석을 살뜰하게 챙긴 것도 보람이다. 집집마다 문패 정비나 자투리땅을 화단으로 바꾸는 등, 마을 안팎을 살펴왔다. 
마을 주민들 상담하고 지원한 이야기도 나왔다.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 주민등록 만들어 주고, 출생신고도 안 돼 있고, 성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주민도 있었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겼는데 출생신고 못해 큰아버지 이름으로 올려둔 것을 이장이 나서 새 주민등록을 만들었다. 80세 어르신이 연금을 받게 해결하기도 했다. 관공서에서 복잡하다고 손사래를 치던 일을 날마다 면장실로, 직원들에게 출근도 하기 전에 찾아 다녀 해결할 수 있었다. 빠진 농지원부를 찾아낸 사례도 있다. 한 어르신이 직불금 신청을 안 해서 조합원에서 빠진 채로 있었다. 이장이 찾아내서 농지원부를 만들었다. 나이 든 어르신이라 알아채지 못하고 해결에 나서기도 어렵고, 대신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르신을 모시고 일일이 관공서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민들 형편을 파악하고 꾸준히 살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장님 댁은 열린 상담실

큰일뿐이랴. “아침에 농약병 가져오셔. 어르신들이 뭐가 뭔지 알 수가 있나. 봉다리 봉다리 묶어서 알려줘야 해. 빨간 끈은 풀 죽은 약, 노란 건 영양제, 몰릉게, 이런저런 일 상담하러 오시지.”
이장님 댁은 열린상담실이다. “아침 일찍허니, 아침밥 드시고 오셔. 커피 봉지 한 주먹씩 쥐고 오셔. 미안하니까. 이 할매가 쥐고 온 게 떨어지면 저 할매가 쥐고 오고…” 그렇게 열린 이장님 댁 상담실은 계속된다. 
이장으로서 어려움을 묻자, 가장 젊은 김연옥 이장님은 “나이는 어려도 이장으로서 큰 어려움은 없다”며 마을 자랑을 했다. “손녀뻘이니까 어려워하지 않고 이야기 해주세요. 부탁도 하시고, 못하면 못한다고, 잘하면 잘한다고 하시고. 잘한 것도 없는데.” 활짝 웃었다. 작년 태자 마을은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주관한 작은 마을 활성화사업으로 ‘문패만들기, 마사지, 나들이’ 체험을 했다. 이 체험을 하는 동안 작은 마을에 활력이 돌았다. 

작은 마을은 더 작아지고,
큰 마을은 더 커지는 사업 그만!

작은 마을의 어려움도 쏟아냈다.
“동부권은 사업이 많아. 우리 서부권도 제발 좀 해달라는데, 뒷집 자식 마냥 누가 들먹거리지를 않네.” “우리 마을은 작아서 혜택을 못 받아. 사업은 다 큰 마을로 가고. 이런 옛날 방식대로 하면 작은 마을은 더 작아지고 큰 마을은 더 커져요.” 일침을 날렸다. 
영화 상영 등 마을 사업을 추진해도 사람이 없으니 일하기 어렵다는 고충도 나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잘 돼야 한다는 바람도 나눴다. 이장들이 동네 실정이나 좋은 사례도 나누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코로나 때문에 이장회의 때 딱 정보 전달만 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큰소리 치는 관행 고치고 
협의 과정 기다려야 

아쉬운 것을 물어보았다. 마을 공동사업을 진행할 때, 어느 집을 먼저 할 것인지 논의하다 결국 못하게 된 상황을 이야기했다. 마을 전체를 생각하며 결정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조정하는 일이 제일 어려워. 목소리 큰 사람 못 이겨. 늙은이라고 무시한다고 우는데 어떡해.” “함께 협의해야 하는데, 무조건 큰소리치면 위에서 들어주니, 무조건 면장님 찾아가고, 군수님 군의원 찾아가.” “민원 무서워서 그냥 해줘. 어르신들이 그런다니까, 동네에서 이야기해봤자 소용 하나도 없다고.”
코로나19로 못하고 있지만, 마을회의라는 조정공간이 새삼 귀하다고 말했다. 면이나 군에서도 마을회의를 존중하고 마을의 협의를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장 역할이 바뀌고 있다. 행정보조자가 아니라 소통가, 조정자, 상담자, 돌봄 노동자였다. 어느 강연에서 들은 ‘이장 리더십’이 떠올랐다. 주민을 공감과 화합으로 이끌되,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는 융합적 리더십. 이장 리더십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적성 4개 마을 여성 이장님들의 대화 속에 이장리더십 강의가 다 들어있었다.
 

<리더십>(Leadership, 지도력 ㆍ통솔력.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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