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역사(12) 고구려 제6대 태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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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역사(12) 고구려 제6대 태조대왕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6.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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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서 왕의 묘호에 ‘조(祖)’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한(漢)을 세운 유방의 묘호를 ‘고조(高祖)’라고 한 것이 처음이다. 그 이전에는 ‘제(帝)’ 또는 ‘왕(王)’을 사용했고, 중국 대륙을 통일한 진시황이 처음으로 ‘황(皇)’을 사용했다. ‘태조’(太祖)가 처음 나타난 것은 서기 907년 무렵인 '5대10국' 시기이다. 5대 중에 후량(後粱)과 후주(後周)가 건국자를 ‘태조’라 칭했다. 중국 역사에서 본격적으로 건국자를 ‘태조’라고 칭하기 시작한 것은 송나라 때부터다. 송, 명, 원, 청 등은 건국자를 모두 ‘태조’라고 칭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고구려의 건국자는 ‘추모왕’(주몽)이다. 그런데 서기 53년에 즉위한 고구려 제6대 임금이 건국자를 의미하는 ‘태조대왕’이다. 태조라는 칭호는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처럼 국가를 창건한 임금에게 붙이는 묘호인데, 어째서 고구려는 제6대 임금에게 태조라는 칭호를 드렸을까?
이에 대해 단재 신채호는 “고구려는 시종 시법(諡法ㆍ죽은 군주에게 다음 군주가 올리는 특별한 이름)을 쓰지 않았으니, 생시에 그 공업을 예찬해 ‘태조(太祖) 혹은 국조(國祖)’라고 쓴 존호(尊號)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고구려의 ‘태조’는 죽은 후에 드린 시호가 아니고 재위 당시에 사용한 ‘존호’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구려 제6대 임금인 ‘태조대왕’은 ‘나라를 창건한 임금’은 아니다. 그러나 제7대를 차대왕(次大王ㆍ태조대왕의 다음 왕), 제8대를 신대왕(新大王ㆍ새로운 왕)이라고 이름 한 것이 심상치 않다. 태조대왕이라는 명칭이 단순히 ‘큰 임금’을 넘어 ‘나라를 처음 연 임금’에 버금가는 칭호라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를 근거로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자들과 우리나라의 많은 강단사학자들은 고구려가 고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시기, 또는 실질적인 건국 시기를 태조대왕 때로 보기도 한다. 이전 시기의 고구려는 후대에 조작된 신화며, 태조대왕 이전의 고구려는 소규모 연맹왕국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구려 역대 왕 중, 태조대왕과 차대왕, 신대왕에 대한 기록은 있는 그대로 믿기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태조대왕의 수명은 119세에 달하며 재위기간만도 93년이다. 그의 동생(아들이라는 주장도 있음)으로 전하는 차대왕과 신대왕의 수명 또한 각각 95세와 91세다. 이 당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생각해 보면 정상적이라 보기 어렵다. 고려와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50세를 넘기지 못했는데 그보다 1000년 이전의 고구려 초기 왕들이 100세를 살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장수왕(長壽王)의 경우처럼 실제 장수를 할 수는 있으나 삼 형제가 나란히 비정상적으로 긴 수명을 보인다는 것은 의아한 점이 아닐 수 없다.
기록상 모순점들도 있다. 《후한서》에 따르면 121년에 태조대왕이 사망하고 수성(차대왕)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삼국사기》에서는 태조대왕의 죽음을 165년으로 기록하고 있어 《후한서》 기록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태조대왕은 왕위를 동생에게 물려 준 이후에도 19년이나 생존하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그가 죽은 해에 마침 차대왕이 시해되고 신대왕이 새로 왕위에 올랐다는 내용도 작위적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태조대왕이라는 왕호나 119세라는 지나치게 긴 수명, 중국 측 사서와의 차이 등으로 인해 이전의 왕계와는 단절된 모습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체로 학계에서는 태조대왕 때 고구려 왕계의 변동이 있었다고 본다. 제5대 임금인 모본왕 피살 이후 고구려 연맹체 내부에 상당 기간 분쟁과 혼돈이 진행된 뒤 태조왕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 통합을 추진했으며, 소수림왕(小獸林王)대에 태조왕계에 태조왕 이전의 왕계를 연결시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태조왕계와 그 이전 왕계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태조왕의 수명과 재위기간이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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