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견승천/ 닭도 개도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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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견승천/ 닭도 개도 하늘로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6.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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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犬升天 계견승천 (鷄 닭 계, 犬 개 견, 升 오를 승, 天 하늘 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 214

중국 동진(東晋)시대 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 회남왕편(淮南王篇)에 나온다. 닭과 개도 하늘에 오르다. ‘일인득도(一人得道) 계견승천’에서 유래된 성어다.  

1980년대 초, 군 정보기관에서 근무하였던 ㅂ소령은 어느 날 감찰부서의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이, ㅂ소령, 자네 고향 친구 중에 ㅇ중사라고 있냐? 그 자가 네 고향 지역 반장인가 본데, 좀 나쁜 첩보가 들어 왔네. 좀 와서 보게.”
첩보 내용을 보니 가관이었다. 자기 아버지 회갑 때 지역 군수가 동네 앞까지 모래와 자갈로 포장, 3개 시ㆍ군의 계장급 이상 회갑연 참여 유도, 학력과 능력도 안 되는 그의 동생들과 친한 후배들 취직 청탁으로 내부 불만 고조, 출장 시 해당 지역 군수가 청사 밖까지 나와 영접 및 유흥업소 출입, 중·고등학교 동기동창 ㅂ소령과의 친분 과시 등 예닐곱 가지가 적시되어 있었다.
급히 출장을 내어 고향에서 ㅇ를 만났다.
“사람들이 그러잖아. 높은 데 있을 때 잘하라고, 그래야 나중에 나쁜 놈 소리 안 듣지. 그리고 지그들이 알아 기어가며 그리 해주는데 네가 어떻게 말려?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럴 때 좀 봐주라.”
“야, 이 녀석아, 잘못했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남 핑계나 대고, 게다가 내 이름까지 팔아 놓고 나한테 수습하라고 부탁까지 해?”
후안무치한 그의 행위에다가 지역 기관장들이 개념 없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 죄로 바로 그를 고향에서 좀 멀리 떨어진 타지로 좌천시켰다. 그리고 그의 덕을 봐 ‘계견승천’한 자들에 대한 뭇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가 그들의 배후가 사라지면서 대부분 나쁜 일에 연루되어 그만두기 시작했다. 친구를 잘못 둔 ㅂ도 결국 진급에서 한 차례 누락되어야 했다.

이《신선전》에 따르면, 중국 한나라 때 회남왕 유안(劉安)이 신선술을 찾아 천하를 떠돌아다녔다. 하루는 팔공(八公)이라는 신선을 만나 단약을 만드는 비법을 전수하였다. 그는 이 비법에 따라 정성껏 단약을 만들었고 이를 먹자마자 승천하였다. 또한, 골육지친 300여 명도 함께 승천했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던 개와 닭이 약 그릇에 묻은 단약을 핥아먹었는데 덩달아 승천하였다. 중천에 ‘꼬끼오’하는 소리와 ‘멍멍멍’하는 개 짖는 소리가 한참 동안 어지럽게 들렸다고 한다. 
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온 집안사람이 득세하여 부귀영화를 누린다거나, 남의 권세에 빌붙어 승진하는 것을 비유하는 성어다. 훗날이 이 성어는 근본적으로 자질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처지는 사람까지도 오로지 ‘연줄’ 하나로 권력이나 재물을 탐내고 누리려 함을 경계하는 말이 되었다. 

최근 몇 년, 우리 사회에 일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이 위세를 빌려 능력이 안 되는 자기 자식을 공기업에 취직시키고, 가짜 경력을 만들어 대, 편법으로 대학에 합격시키는 사례들이 눈에 띄고 있다. 밖으로 공정사회를 부르짖으면서 속으로 이런 야비한 짓을 하는 그들에게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치솟고 있다.
이제 갑과 을이 뒤집히기까지 하는 이 개명천지(開明天地)에 친인척 등의 부당하고 무분별한 관여를 용인하는 듯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하며 계견승천하려는 친지와 친구들의 덕담이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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