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순창] 순창 친구 ‘열린순창’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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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순창] 순창 친구 ‘열린순창’에게
  • 여균동 영화감독
  • 승인 2020.07.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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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기웃거린 지 일 년이다. 순창 사람이라는 말이 낯설다. 그런 내가 열린순창 500호에 글을 보태려니 겸연쩍다. 두어 번 청소년영화캠프를 하느라 지면에 실리기도 하고 광고도 하다 보니 열린순창은 낯선이에게 친구 같은 존재였다. 친구는 사연이 많았다. 지자체의 눈에 들면 꽃길이지만 쓴소리로 눈 밖에 나면 바람 부는 벌판에 버려진 알몸 신세인 게 지역신문의 운명인지라 친구를 볼 때마다 지나는 말로 묻는다. ‘운영은 잘 되세요?’ 나야 그냥 하는 말이지만 듣는 친구는 별말이 된다. 그걸 모를 리야 없지만 그래도 또 묻는다. 요즘 잘되세요?
500호라면 십년이다. 지역신문 10년, 제정신 십년이라면 여 간 치 않은 일이다. 정부보조금을 마냥 받은 것도 아니고 지자체가 예뻐해서 일감 넉넉하게 준 것도 아닌 바에는 누군가가 땅 팔고 품 팔아 버틴 세월이다. 순창 하나만 바라보고 말이다 - 친구야, 나는 못하네.
한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이 유행했다.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무엇이었으리라. 열린순창은 지역에서 풀뿌리 말들을 옮겨주는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을 터인데 힘겨워 보인다. 풀뿌리는 풀뿌리일뿐, 하늘로 머리 들어 세상을 넉넉하게 볼 겨를이 없다. 좋은 생각은 풀뿌리들끼리 푸념으로 사그라들고 미래의 꿈은 새벽 별빛 어쩌고 하는 시어로만 남겨진다. 뭔가 힘을 보태고 싶지만, 입에서는 고작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만 맴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가 점령군처럼 찾아왔다. 원인을 둘러싼 여러 진단이 나오지만, 결과론적으로 세계화된 지구가 멈춰 섰다. 인간은 격리되고 자연은 태연하다. 이제까지 목숨 걸고 숭배하던 모든 가치가 흔들린다. 오도 가도 못 하고 오동나무에 걸린 신세가 된 지구인들은 발톱 때만치 여기던 노동과 공공의료와 농업이 지구의 안위를 위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달아간다. 기본소득을 논하면 이상주의자로 바라보던 어제가 오늘의 아젠다로 성큼 다가온다. 학교를 매일매일 꼭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덜 불량스럽다. 로컬이니 지역이니 촌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하찮았는가.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지역이 세계를 지탱한다. 그런 맥락에서 지역 네트워크의 한 축인 지역신문의 위상은 한층 격상된다. 지구의 무게가 열린순창의 어깨 위로 느껴지지 않는가 -- 이 대목에서 친구가 갑자기 자랑스러워진다. 
500호와 더불어 세상의 변화가 밀려온다. 거창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역신문이라는 약간 비하가 섞인 뉘앙스는 사라져야 한다. 비대면 사회에서 그나마 살아있는 대면 사회가 지역이다.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면, 중앙정치와 경제의 시선이 지역을 향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내친김에 이런 상상 혹은 제안도 해본다. 눈치 보지 않고 풀뿌리의 현재와 미래를 네트워킹하고 세계의 무게를 버틸만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제도적 장치는 없는가? 소위 지역 언론을 위한 기본소득 같은 건 없는가? 현장감 없는 평가 기준으로 쥐꼬리만 한 최저 생계비류의 선심 지원 말고 말이다. 전국 지역신문이 천여개 될까? 다해봤자 강남 부동산 시세차익의 일 프로도 안 될 돈인데 말이다. 난 열린순창이 그 정도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원래 이런 과장된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요즘 ‘지구보다 낯선’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태양계보다 큰 수천 억 개의 태양계가 떠도는 우주 가운데 우연히도, 정말 기막힌 우연으로 탄생한 지구라는 먼지보다 더 작고 아름다운 푸른 별에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쓴 글이라 생각의 비례가 틀어졌으려니 하고 이해해주기 바란다, 친구야. 
여하튼, 요즘 잘 되고 있지? 
500번의 무거운 한숨과 깊어만 가는 지역 짝사랑을 축하한다. 더하여 밀린 신문대금 보냈다.

글 : 여균동 영화감독(유등 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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