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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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7.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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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순창> 500호. 가슴 벅차기보다 착잡합니다. 감염병(코로나19)이 7개월째인데 수그러들 조짐이 없습니다.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창간 10주년 기념 독자ㆍ군민 행복 잔치’를 계획 세워 5월에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 수칙 지키려고 보류했고, 이어 500호 발행일이 됐습니다. 맥없이 가슴 답답해서 마시면 후련한 듯 느꼈던 사이다 생각이 나고, 요 며칠 새 지지도 급상승했다는 정치인 얼굴이 겹칩니다. 삶은 달걀이나 고구마를 먹다 목멜 때 마시던 ‘사이다’와 답답하고 분통 터지는 일(상황)에 속 시원하게 날리는 일침을 표현하는 ‘사이다’는 문자는 같고 의미는 다릅니다.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고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관점에 맞는 뉴스를 골라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기사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들어맞는지, 내 편을 드는지에 따라 믿음이 갈린다면 신문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독자의 후원이나 정기 구독을 통해 경영 기반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한참을 생각합니다. 다양한 정보전달매체(미디어) 가운데 하나인 지역신문이 “내 속만 풀어주는 ‘사이다언론’ ‘해장국언론’”이 될 것인지 ‘사이다’ 마시고 돌아서면 더 심한 갈증을 재우는 건 결국 먹는 물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믿고 ‘생수’ 언론을 지향하며 더 감내하며 노력할 것인지…. 500호 편집을 마무리하면서 “민주시민은 사이다나 해장국보다 ‘생수’를 집어 든다”는 진실을 다시 믿습니다.
지방자치와 함께 정보전달매체로서 지역언론의 중요성은 모두 인정합니다. 그런데 많은 영세한 지역언론은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생존전략을 찾는 일은 쉽지 않고, 언론의 사명을 수행하는 걸음만으로도 숨이 가빠 곁눈 줄 시간도 없습니다. 멈출 수 없으므로 힘겨운 발걸음을 뗍니다. 좌절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자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주민을 믿고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로 버팁니다. 여건을 탓하고 형편을 들며 변명하기보다 처지를 고백하고 함께 헤쳐나갈 길을 찾습니다. 언론은 늘 한 편의 공격을 받습니다. 지역신문도 본의 아니게 이해를 달리 하는 쪽의 공격을 받습니다. 자신의 타산과 다르면 보도에 불만을 드러냅니다. 때로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로 겁박하기도 합니다. 취재를 봉쇄하기 위한 전술입니다. 이런 불의와 타협하지 않기 위해 공동체의 결속을 지지하는 양심과 극단을 거부하는 합리와 잘못을 바로잡으려 정의와의 연대를 모색합니다. 그리하여 대화와 협력의 문화가 지역사회에 퍼지게 하고, 지역언론의 역할과 원칙을 지켜 독자의 믿음을 얻겠다고 다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지역신문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저는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의 자유는 언론 자유의 토대입니다. 신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언론인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누릴 때, 지역신문도 본연의 사명을 다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지역신문은 존경받습니다.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주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 지방자치단체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입니다. 그럴 때 주민의 이익이 커지고, 지역이 강해집니다. 지역신문과 신문인이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스스로 혁신해 나간다면, 주민의 신뢰와 사랑 역시 변치 않고 지속할 것입니다.” “신문인의 양심이 자유롭게 발현되고, 지역신문이 힘없는 사람,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할 때,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지역신문이 주민과 함께 역사의 질곡을 헤쳐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혁신적 지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신문의 날 축사 일부를 옮기면서 ‘국민’을 ‘주민’으로, ‘나라’를 ‘지역’으로, ‘정부’를 ‘지방자치단체’로 ‘신문’을 ‘지역신문’으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또 다짐합니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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