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구림초 돌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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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구림초 돌봄교사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7.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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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출신, ,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미래교실, 다양성과 포용의 교실 일궈

“아이들과 책을 많이 읽고, 읽은 책으로 미술 등 이런저런 손작업을 합니다. 모두 놀이로 합니다. 제가 줄 수 있는 건 모두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요.”

▲구림초등학교 돌봄교사 김민아(몽골 출신) 씨.

 

 

 

 

 

 

 

 

 

 

 

 

 

 

 

 

구림초 돌봄교실은 여느 교실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 미술과 글이 여기저기 걸려 있고, 오후 2시경 아이들 8명이 오기 시작한다. 김민아 교사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프로그램에 맞춰 시간표를 챙기고, 숙제를 살피고, 간식도 준다.
김 교사는 아이들 마음에 신경을 많이 쓴다. 교실에 오는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세세하게 살피는 것이 학습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눈에 띄는 것은 김 교사 머리가 노랗고, 색이 고운 옷이 잘 어울린다는 것 정도다.
김 교사는 몽골 출신이다. 몽골에서 방사선학과를 졸업하고 암센터에서 근무하던 김 교사는 한국에 와서 전공을 바꿨다. 아이를 키우고 다문화센터에서 통ㆍ번역을 하고, 가정방문지도사를 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뜬 것.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보육교사자격증을 땄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 심리상담과정 공부 중이다. 시산초ㆍ인계초에 이어 구림초에서 4년째 돌봄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때때로 다문화 이해교육을 위해 초ㆍ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언어가 되지 않으면 손발이 없는 것 같아

2004년, 한국에 왔을 때 김 교사도 언어로 어려움을 겪었다. ‘언어가 되지 않으니 손발이 없는 것’ 같았다. 의사소통이 막혀 우울감에 시달렸다. 아이를 갖고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어 운전면허시험을 봤다. 아기를 둘러업고 전주까지 가서 시험을 봤는데 6번 떨어졌다.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학을 가기로 했을 때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일상적인 말도 어려운데 어려운 공부를 한다는 것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4년이라는 기간도,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공부해야 해서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공부를 지원해줄 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꼭 하고 싶었다. 아이들 앞에 자랑스러운 엄마, 상담하며 만나는 아이들과 이주 여성을 더 잘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도 말리기 어려웠다. 야간대학을 다녔다.

소통을 막는 것은 언어보다 ‘편견’

김 교사의 소통을 더 힘들게 한 것은 언어보다는 편견이었다.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은 겸손하고 얌전한 여성을 좋아한다. 한국에 맞춰 살아야 한다.’ 암묵적인 교육을 받는다. 화려한 색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김 교사도 처음에는 그에 따랐다. 오랜 시간 ‘내가 아닌 나’로 살았다. 아이들이 김 교사의 억양이나 발음을 배울까 봐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받아쓰기를 불러줄 때도 아이들에게 부탁하고 했다. 그러던 김 교사는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인, 남들에게 맞추려는 것을 그만뒀다. ‘나의 색깔을 찾아 보자’고 결심했다. 그러자 새로운 힘이 솟구쳤다. 자신을 드러내면서 어렵게 느껴지던 일이 쉬워졌다. 무서운 게 없어졌다. 단점으로 여겼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장점으로 드러났다. 좋아하는 옷을 입었다. 받아쓰기할 때도 “선생님은 외국인이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양해를 구하고 직접 불러준다. 김 교사 때문에 아이들 발음이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관계가 달라졌다. 김 교사와 아이들은 서로를 친근하게 느낀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밖으로 여행도 간다. 남편은 김 교사의 가정에 없는 동안 아이들을 잘 돌본다. 친구들은 ‘남편이 참 좋다’고 말한다. 그 보다는 남편과 의사소통이 잘되는 것이다. 아이 셋도 알아서 잘 큰다. 소통에 어려움이 없으니 잔소리할 일이 없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아이들을 돌보는 빈자리가 있을 법한데, 아이들은 엄마 인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다문화여성의 앞길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김 교사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다문화 여성의 앞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대학이나 대학원, 교사 연수 등에서 다문화여성을 만난 적이 없다.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 많은 이주여성은 어디에 있을까? 코로나19로 세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절감했다. 앞으로는 더욱 이동이 자유롭고 교류가 빈번해질 것이다. ‘다문화’라는 것이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아이들 세대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외국에서는 “엄마는 어디 출신이고, 아빠는 어디 출신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적이 다른 부모의 아이들은 두 개의 언어와 두 개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다문화’ 부모가 아니라, 부모의 나라가 두 개인 것이다. 김 교사는 “이주민들이 자기 국적과 문화에 자긍심을 갖기를 바란다. ‘이주민’이 자연스럽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면 좋겠다. 아이들은 변화에 더 빠르다. 순고 등 학교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할 때, 아이들은 이미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더 많은 이주여성이 망설이지 말고 제 갈 길을 찾아 나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미래교실, 구림초 돌봄교실

미래사회를 살아갈 핵심 역량으로 공감력, 소통력, 포용력을 우선순위로 꼽는다. 그런 의미에서 구림초 돌봄교실은 살아있는 미래교실이다. 김 교사를 만나면서 김 교사가 더 많은 아이를, 더 많은 다문화 아이를 만나기 바란다. 그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을 믿는다. 김 교사가 ‘내 색깔을 찾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나선 순간, 다른 억양으로 받아쓰기를 불러주고 아이들이 받아쓰는 모습을 떠올리며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불러주지 못했을 시간을 떠올린다. 새삼 김 교사와 그의 가족, 새로운 교실을 만들어나가는 8명 아이, 학부모, 구림교육공동체가 더없이 고맙다. 그의 이야기를 같이 써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학회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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