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센터와 복지센터가 만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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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센터와 복지센터가 만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9.0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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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과 어려움 느끼면, 부모 자신을 먼저 돌봐야
청소년지원, 지역 사회 전체 역량 총동원해야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 순창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는 상담사 7명 서명진, 임세연, 김은모, 김수진, 정지원, 박봉리센터장, 이경신국장이 언제나 청소년을 기다린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말이다. 일상이 멈추고, 수해와 폭염, 경제적인 불안에 기후위기로 암울한 뉴스까지 불안과 공포지수가 가파르게 오른다. 많은 가정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박봉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자녀와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먼저 부모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부모부터 자녀를 양육하면서 충분한 존중을 받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을 가정에서 잘 양육하려면 양육자가 가정과 사회에서 충분한 존중과 지지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양육 노동은 부수적인 노동으로 평가절하되고 무시되기 일쑤다. 양육 노동에 따른 관계 노동, 감정노동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 더욱이 농촌은 양육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정작 ‘엄마’를 무시하는 때도 많다. 농촌에서 결혼이주여성이 이런 차별을 받으면 ‘이민자’로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놓인다.

어떻든 부모가 ‘갑’
‘을’인 아이의 마음 살펴야

유치원 교사로서 20년 경력을 가진 센터장은 부모교육 전문가이자 상담가다. 
“부모가 어려움을 느끼면 자녀는 더 힘들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보는 처지다. 부모가 알지 못하는 노력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 어떻든 부모가 갑이다. 갑에게 말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는데, 자녀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어른이다. 말하라 해놓고 그 말을 했다고 질책하고, ‘왜 말 안했느냐’고 또 질책한다.”

외부개입 꺼리는 농촌문화, 
청소년 지원 적기 놓칠 수도

가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촌은 사생활이나 익명성이 보호되기 어려워 웬만해서는 상담기관 등 외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다. 긴급지원이나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청소년들은 ‘능력 없어서 시골에 남아있다’는 시선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도 마을에서 친구 찾기 어려운 농촌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매체를 선택하고 차단하는 힘을 기르는 속도가 미디어 발달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청소년들을 보면 매체와 육체가 하나가 되어 사이보그가 된 듯, 부모나 주변과 정서적 인지적 단절 상태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정보의 홍수라고 하지만, 자기 주도적이지 않은 정보는 인지적인 성장을 가져오지 못한다.”
센터는 ‘꿈드림’을 통해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이 당당하게 미래를 설계하도록 지원한다. 검정고시, 입시부터 취업까지 지원, 기초생활지원, 농촌지도센터와 연계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사회 역량 총동원해서
청소년 지원해야

“청소년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에서, 혹은 센터 하나가 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청소년을 둘러싼 지역 사회 전체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센터에는 ‘1388청소년지원단’, ‘더공감’ 등 경찰, 의료기관, 위센터, 사회복지협의회 등 청소년 관련 기관과 관심 있는 주민이 모여 복지ㆍ의료ㆍ법률 지원을 하는 등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1388청소년지원단’에는 미용실, 반찬가게, 약국, 병원, 문구점, 숙박업소 등을 운영하는 평범한 주민들이 모여있다. ‘더공감’은 지역 주민 자조 모임이다. 상담대학을 수료한 주민들이 주 1회 모임을 하고 청소년 문제를 토론하고 캠페인도 참여한다. 이들은 이동 수단이 없는 청소년의 발이 되어 학원에 데려다주고, 배움을 이어가도록 학원에 연계하기도 한다. 직접 기술을 가르치고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청소년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정작 청소년이 찾아오기 힘들다는 게 가장 아쉽다. 다른 지역은 도심지에서 먼 거리에 센터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순창은 운행하는 버스도 없다. 면 지역에서 오기는 더 어렵다. 보호자 도움이 없으면 상담사들이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면서 상담해야 한다. 상담사 개인 차량을 이용하므로 보험 등 안전장치도 부족하다. 상담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전북은 6년째 전국에서 센터 예산이 꼴찌다. 인력도 부족하다. 순창 청소년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만큼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센터, 부모, 지역 
함께 청소년 키워야

“공동체가 형성이 잘된 곳에서는 사건 사고가 덜 납니다. 공동체 회복이 청소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상담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는 일이 자연스러웠으면 합니다. 친구 관계, 성격, 진로와 학업 문제, 인터넷 사용, 가정 문제 등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야지요. 센터와 부모, 지역이 함께 청소년을 함께 키웠으면 합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는 일은 ‘힘세고 지혜로운 친구’를 옆에 두는 일이다. 이 친구 전화번호는 1388이다. ‘1388’ 동글동글하니, 잘 익은 순창고추장 단지를 닮은 듯도 하고, 이번 수해에 함께 땀을 뻘뻘 흘렸던 이름 모를 이웃의 어깨 같기도 하다. 참 다정한 숫자다.

▲1388청소년지원단, 청소년보호협의회등이 청소년유해환경개선 캠페인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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