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시법/ 목숨을 걸고 법을 어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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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시법/ 목숨을 걸고 법을 어기겠다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9.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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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 써 이 身 몸 신 試 시험할 시 法 법 법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17

중국 반고(班固)가 쓴《漢書ㆍ王尊傳(한서ㆍ왕존전)》에 나온다. 出敎告屬縣曰, …故行貪鄙, 能變更者與治, 明愼所職. 毋以身試法(출교고속현왈, 고행탐비, 능변경자여치, 명신소직, 무이신시법) : 현령들에게 말하기를, ‘후안무치하게 탐욕하면 형벌을 내릴 것이니 신중하게 그 직을 수행하되 목숨을 걸고 법을 시험하지 마라.’
영화 <기생충>에서 보이는 불법행위들이 실제 일부 공공기관에서 암암리에 자행되어 오다가 발각이 되어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돈과 직(職) 그리고 온갖 인맥을 동원하여 자기 자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기업에 취직시키는 일들이 금수저가 되어 있지 못한 서민들을 분노하고 자괴하고 한탄하게 만들고 있다. 불공평과 불공정의 극치이다. 모든 것이 투명해지는 개명천지라고 하지만 아직도 목숨을 걸고 법을 시험하고 있는 이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곳에서 들킬 리 없다며 안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발은 못 뻗고 잘 것이다. 
왕존(王尊)은 중국 서한(西漢, BC206-AD25)시대 사람이다. 관직에 있으면서 매우 정직하여 불법을 보면 절대 용인하거나 눈 감아 주지 않았다.
황제가 그의 능력을 인정하여 당시 관리들의 부패가 만연하고 치안이 좋지 않은 안정(安定)지역의 태수로 부임하도록 하였다. 왕존은 부임하자마자 소속 관할의 현령들에게 직무방침을 공문으로 통고하였다. 
“이번에 안정태수로 부임하는 나 왕존은 백성들의 부모로서 당연히 백성들을 편안하게 살게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책무를 갖게 되었다.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각 현령들이 솔선행동으로 모범을 보여 나쁜 악습을 혁파한다면 못 해낼 것이 없다. 그러니 각 현령들은 신중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자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법을 어기거나 자기의 생명을 걸고 무례하게 법을 왜곡하여 어기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라.”
공고가 나간 지 한 달이 되었다. 그런데 장보(張輔)라는 한 관리가 왕존의 지침을 무시하고 여전히 법을 어기고 횡령하였으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왕존이 다시 두 번째로 현령들에게 통고하였다.
“내가 이미 각 현령들에게 스스로를 갈고 닦으라고 당부하였다. 만약 스스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판단이 되면 조속히 사직을 청하라. 무능력한 사람이 남아서 우수인재들이 승진하는 기회를 막아서야 되겠는가? 내가 이미 장보가 법을 어기고 횡령한 죄를 조사했다. 내가 이전에 분명히  경고했는데도 여전히 잘못을 깨닫지 못하니 이제 그를 처리하노라.” 
마침내 왕존이 즉시 장보를 체포하고 그간 횡령한 돈을 모두 회수하여 공금으로 사용토록 하였다. 이후 왕존의 명성이 안정지역에 크게 떨쳐 도둑들도 함부로 소란을 피우지 못했다.
이 성어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법을 어기다. 법을 알면서 고의로 지키지 않다.’ 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특히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며 법을 어기는 자를 질타할 때 쓰는 말이 된 것이다. 
유사한 성어로《管子任法篇(관자임법편)》에 枉法從私(왕법종사)가 있다. ‘사리사욕을 위해 고의로 법을 왜곡하여 어기다.’는 뜻이다. 최근 불법인줄 알면서도 공문서를 위조하여 돈을 챙겨 자기 잇속을 챙긴 고위직 인사들에게 바로 이신시법과 왕법종사의 교훈을 들려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담이 크고 머리가 좋은 자는 비웃고 들킨 죄라며 다른 진화를 시도할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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