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순창자활센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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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순창자활센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곳’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9.16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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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공동체의 방해 요소 아니고 연대 ‘이유’
승자독식사회 멈추게 하고 ‘다른 삶’ 시동 거는 곳
▲ (왼쪽부터)순창자활센터를 이끄는 한승연 센터장,옥현정대리,김민혜 총무부장,김이슬 사례관리부장,강주연 교육부장,박단비 대리,임복현 사업1부장,김선희 과장,최자영 과장,남해진 대리,전재규 사업2부장이 자세를 취했다.

벼 이삭이 노오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8개월, 태풍으로 인한 수해까지 더해진 순창 가을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바이러스는 불평등의 벽을 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더욱 강화한다.
저소득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과 교육, 취·창업을 지원해온 자활센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때다. 한승연 센터장을 만났다.
“자활 근로 참여자 중 주말 날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이 없다.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는 더하다. 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일자리만 멈춘 게 아니다. 자활 교육 등 모든 집합 사업이 멈췄다. 6년 동안, 주 2회 진행해온 장애인 무료급식 사업도 코로나19로 멈춰, 꾸러미 배송으로 대체하고 있다. 9월에 세 번째 꾸러미를 보낼 계획이다. 
그렇다고 자활사업이 멈춘 것은 아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은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다 기저질환(지병)이 있어 집에만 있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라 도시락 배달은 단지 배달이 아니다. 세상과 어르신을 잇는 유일한 통로가 되기도 한다. 많은 어르신이 도시락 배달 시간만 기다린다. 행복사람 사업단은 하루 한 번,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명감으로 건강도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힘쓴다.

노인 맞춤돌봄사업ㆍ식사 배달
소중함 더 절실

올해 시작한 노인맞춤돌봄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창군에서는 생활지원사 47명이 어르신 659명(일상생활 어려운 정도에 따라 중점돌봄 112명, 일반돌봄 547명)을 돕고 있다. 이 중 7개 읍·면을 자활센터가 맡고 있다. 어르신들 말벗도 해드리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도 살피며, 병원 동행 등 이동을 지원한다. 처음엔 거리를 두던 어르신들도 응급한 상황에서 자식은 멀리 있으니 생활지원사를 찾기도 한다. 한승연 센터장은 자녀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을 때가 제일 보람있단다. 생활지원사는 철저한 방역 지침에 맞춰 어르신들의 건강ㆍ 방역 점검, 마음 살피기 등에 힘쓰고 있다. 자활센터는 더 많은 독거노인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대상 어르신을 발굴하고 생활지원사도 모집하고 있다. 생활지원사는 하루 5시간 근무다.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 

딸기농장자활영농사업단, 
전북자활센터 최초 수경재배

순창딸기농장 영농사업단에는 11명이 일한다. 기저 질환자가 많아 하우스 안에서 쪼그려 앉아 일하기 어려워했다. 공모사업을 통해 전북 자활센터 최초로 수경재배시설을 만든 이유이다. 참여자가 “쪼그리지 않고 일하니 할 만하다”고 좋아하는 걸 보며 뿌듯했단다. 또 군과 도의 자활기금으로 한 동이던 하우스를 올해 세 동으로 늘리고 시설도 보강했다. 지난번 태풍 때 하우스가 물에 잠겼지만, 피해를 적게 입었다. 

두레건축ㆍ올크린ㆍ하얀세상
건실기업으로 성장 중

자활근로 참여자는 6개 사업장 49명이다. 두레건축이 2008년에 사회적기업으로 독립한 후, 백세건강원,여울농장,순창올크린, 순창하얀세상이 독립했고, 백옥세상도 창업 준비 중이다. 올크린은 올해 코로나 방역에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하얀세상도 내년에는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전북청소사업단이 연대해서 전북신도시 청소 업무협약(엠오유)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참여자 중 20%가량 장애를 갖고 있지만, 장애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자활정신에 따라 효율성보다는 자립에 중점을 두어 천천히 그리고 같이 간다. 효율만큼 ‘함께 성장’이 중요하다. 

자활센터, 긍지와 자부심의 일터

코로나19로 빈곤층에 유입되는 인구가 늘고 있다. 한 센터장은 “어려움을 겪는 귀농귀촌인들도 찾아옵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자괴감에 빠지기보다 문을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게이트웨이’라는 프로그램이 이런 분들이 자신의 진로를 재설정하도록 최장 3개월간 시간을 주고 돕는 곳입니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상담도 연계합니다. 취업과 자격증 교육도 지원합니다. 꼭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함께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활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지금은 참여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품고 일합니다.”

지역사회 살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 협동과 연대

자활의 근본적 가치는 재난 상황일수록 그 중요성이 돋보인다. 자활센터는 행복누리센터에 나눔가게를 연다. 기부물건 수집 광고를 냈는데 문의가 엄청나게 많이 오고 있다. 기부 물건을 직접 가져다주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이 정도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센터 후원자도 2~300명이다. 후원금도 4~5000만원 가량 있다. 이들 모습에서 순창에 아직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재난이 일상인 사회가 될 겁니다. 누구라도 갑작스러운 어려움으로 굶고, 아프고, 극단적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옆에 누군가 힘든 사람이 있다면, 내가 열을 갖고 있다면 그 중 몇은 나눠야지요. 지역사회를 살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협동과 연대니까요.”
한 센터장은 협동과 연대는 관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간 차원에서 활동가들이 같이해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 다양한 사업이 나왔으면 해요. 노동이 복지 향상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고 공동체의 소속감과 기쁨을 나눠 갖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나 수해는 공동체를 실감하는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상황이 긴박하고 절실하니까, ‘이 난관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까?’, ‘우리 공동체가 이 난관을 극복하면 어떤 공동체로 성장할까?’ 모여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위기는 공동체의 방해요소가 아니라, 연대의 이유가 된다. 약육강식 사회, 승자독식 사회, 젊고 능력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 사회에 자활센터의 존재는 브레이크일지 모른다. 이 브레이크가 ‘또 다른 삶’을 상상하게 하는 시동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사랑 사업단.
▲콩이랑 두부랑 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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